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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별이 전한 각자 자리에서의 아름다움 존중하기

나의 자리_이별 후 깊어지다

by 무 한소




지금 내 자리는 23세 아들의 생일을 앞둔 엄마, 매년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남편의 배우자이다. 또한 나와는 180°로 성향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톡톡 튀는 딸의 엄마이다. 글을 쓰고 자신을 생각하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력의 힘인지 겸손함의 다른 표현인지 고개가 자꾸만 아래로 숙여진다. 밤새 깊은 고민으로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곳에서는 혼란스러운 밑그림 속의 고민과 사유라는 정당성 덕분인지 꽤나 긴 시간 평온했었다.


23세... 내 몸에서 떨어져 나와 자생하며 때론 힘에 부쳐 의존하던 아이가 생일을 맞이 했다. 세상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23이라는 숫자는 과연 온전한 내 성장의 나이이기도 한지 의심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 진정한 인격과 인간다움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주변과의 관계 맺기도 함께 깊어지며 넓어진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보니 아이의 물리적 성장과 더불어 나의 인격과 정신적 성장은 과연 얼마만큼 함께 변했는지 의문이 든다. 늘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노력과 결과물로 드러나는 것 사이의 차이가 있는 건 마음과 정성이 부족해서 일까?


아이의 생일은 내 몸에서 태아가 독립적 객체로 떨어져 나오면서 시작한다. 태반이 떨어지지 않아서 목숨 바쳐 위기를 넘겼던 그때처럼 그 순간은 자신의 노력과 선택이었다. 성장할 때 까지는 자의든 타의든 여러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아이의 성장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자리와 시선에서 바라본 사물의 모습이나 분위기가 제각각 다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머리로 이해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나의 입장에서의 친절이 상대에게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친절만큼 강력한 설득의 힘을 지닌 것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더불어 친절만큼 상대를, 또는 제삼자를 무너뜨리는 것도 없었다. 이제는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본 빛의 아름다움을 강요하지 말고 들려주고 나누면 될 것이다. 여기에 "그렇구나!"라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있다. 내가 타자가 되어 바라본 빛은 과연 나의 자리에서 바라본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빛이었으리라. 우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여러 빛으로 다른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다양한 매력으로 각자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나에게는 우주로 떠나보낸 3개의 별이 있다. 그들은 모두 바라건대 아름다운 별이 되어야 한다. 아니 벌써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을 내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소명을 다하고 있다. 내 자리에서 바라보면 더 옅은 별, 좀 더 작을 별까지 떠올려본다면 그 개수가 훨씬 더 많다. 갑자기 나타났다 스스로 소멸되기도 한다. 하지만 3개의 별은 진하기와 굵기, 깊이에서 보이듯 우주로 떠나보낸 후 겉보기 등급이나 절대 등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슴 깊은 곳에서도 밝음과 진하기가 크게 울림을 주는 별이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주변에서는 누구나 곁을 함께 하다 어느 시간 어느 순간 우주로 떠나보낸 별이 있다. 그 별은 우주에서 각자 다른 자리, 위치의 공간좌표에서 그들의 자리를 찾아 자리매김을 한다. 별은 내 감정과 사유에도 수시로 영향을 미친다. 그것 가운데서 별들은 '우주에서 나와 우리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주고 있구나'와 같은 든든함을 준다. 또한, 오늘 다시 힘을 주어 살아가게도 다. 별들은 오늘 다시 메시지를 던진다. 더 사랑하라고. 살아서 부딪히고 관계 맺음을 할 때 더 배려하라고. 물론 사랑과 배려의 방향과 방법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다시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해 본다. 우리와 함께 했지만 곁에서 자취를 감춘 후 우주의 순서쌍으로 다시 나타난 별들은 우리에게 반경의 바운더리를 쳐서 범위를 가르쳐 주곤 한다. 그건 바로 경계를 말한다. 사랑도 친절도 배려도 뛰어넘지 못하게 하는 경계이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그들이 그어준 경계에서 사랑과 배려가 각자에게 맞는 형태로 자신 앞에 처한 삶에 충실하고 운명을 사랑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당장 직면한 삶을 맘껏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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