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조용히 우리 삶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딸아이의 ‘조용한 ADHD’를 의미합니다.
처음 이 진단을 들었을 땐 무언가 큰 낙인이 찍힌 것만 같아 한동안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조용한 불청객은, 우리 가족을 무너지지 않게 단단하게 만든 존재이기도 하다고.
'조용한 ADHD'는 겉으로는 특별한 이상 행동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놓치기 쉽습니다. 전형적인 ADHD가 충동성과 과잉행동을 보이는 데 반해, '조용한 ADHD'는 내면의 산만함과 집중력 결핍이 특징입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
- 과제 수행 시간이 과하게 길었고,
- 아주 작은 자극에도 집중이 흐트러졌으며,
- 물건을 자주 잃어버렸고,
-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일을 돌아서면 잊어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 조금 많은 활발한 성격 탓인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단 과정에서 호기심은 집중력 부족에, 활발한 성격은 산만함에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조용한 ADHD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 많잖아”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학습 지연, 자존감 저하는 물론 친구 관계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 삶 전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대신 지혜롭게 조율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식사, 잠, 시간관리.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식습관과 생활 루틴을 함께 조절해 나갔습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 아이는 점차 ‘자기의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아이 혼자였다면, 저 혼자였다면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서툴게 부딪히는 날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서로의 이유가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자라왔습니다.
서로를 향한 애정과 이해가, 이 조용한 불청객을 두렵고 막막한 존재가 아닌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조용한 불청객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는 또 다른 어려움도 생기겠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
이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며 다시금 이 말을 남깁니다.
<우리는 조용한 불청객과 함께 산다>는, 우리 아이가 앓고 있는 조용한 ADHD를 진단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면서 삶의 어느 순간에나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그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 극복을 위한 노력과 고민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