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툰을 시작한 건 작년 9월이지만, 실제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건 올해 4월부터였다. 4월에 들어갔던 드로잉 모임에서 새로운 온도를 알게 됐다. 줄곧 다정함은 미지근하고, 성장은 뜨거운 것으로 생각했다. 둘은 다른 온도니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임에서 다정과 성장이 섞인 따뜻한 온도를 느꼈다. 그 따뜻함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고, 이후 다양한 강의와 모임에 참여했다.
그때부터 일하는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 여전히 나는 집에서 혼자 일하고 있지만, 나와 비슷하게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나고, 대화하고, 깊어지면서 소속감을 느꼈다. 그것도 처음 느껴보는 안정된 소속감. 모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는 공감과 신선함, 친밀감과 존중이 함께 공존한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회사도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나는 대체로 그 안에서 소속감을 길게 느낄 수 없었다. 소속감이 겨우 깊어질 만하면 쉽게 끊어지는 게 팀이었다. 좋아하는 팀원들과 같은 일을 할 때는 기뻤지만, 그 팀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해체되는 게 비일비재했다.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고, 마음 약한 나는 그때마다 아파했다. 심지어는 아픔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되려 불편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최대한 방긋대며 괜찮은 척 일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혼자 일하니까 팀이 사라지는 아픔도 없고, 불편한 사람 곁에서 예민하고 불안하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같은 프로젝트를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꼭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연결되지 않고, 브런치나 블로그 등으로 이어져 얼마든지 더 깊고 넓게 연결될 수 있다. 신청한 강의를 들으려고 zoom을 켰다가 보이는 익숙한 닉네임에 피식하기도 한다. 내가 원하던 연결은 회사라는 연결이 아니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연결이었던 것 같다. 가끔 만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면 여운이 오래 이어진다.
내가 좋아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응원해 주는 무해한 사람들이다. 타인의 강점을 부러워할지언정, 열등감만으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타인의 성공을 축하해주고, 동기부여가 돼 나도 힘내야지! 하고 있으면 모두가 그 사람을 응원해 준다.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서로가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주는 사람들 속에서는 즐겁게 일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래서 이들을 동료라 부르기로 했다. 어디에도 함께 속해 있지 않지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이들을 동료가 아니면 무어라 해야 할지 빈약한 내 어휘로는 끄집어낼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동료니까, 성장하고 싶은 그들을 서포트해 주며 함께 성장하고 싶어졌다. 잘 서포트하려면 나 역시 계속 성장해야 한다. 가만 멈춰 있는 사람이어선 안 된다. 다른 프리랜서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 꾸준히 이 길을 걷길 원해 스스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고, 그럴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싶다.
프리랜서로 성공하려면 실력, 꾸준함, 멘탈이 필요하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화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꾸준함과 멘탈의 투표가 치열했다. 우선순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꾸준히 오래 하다 보면 실력이 올라가고 그를 위해선 멘탈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내 약점이 멘탈이라 하는 생각이다.
내게는 그 멘탈을 잡아주는 게 사람 사이의 연결이었다. 그것도 무해하고, 다정하며, 성장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의 연결. 그 모든 사람이 동료라고 느끼고부터 소속감이라는 안정을 얻었다. 그러자 비로소 회사에 다닐 때부터 느꼈던 외로움이 옅어졌다. 그러니 이제는 더 마음 놓고 한껏 깨져가며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넘어질까 두려워 길을 나서면서도 불안했던 마음에서, 넘어질 걸 알면서도 달려갈 준비가 되었다. 분명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있을 테니까.
메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를 보면 생리, 안전, 소속감과 애정, 자존, 자아실현 순으로 올라가잖아요.
제가 실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감의 욕구가 채워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올 초 상담이 끝나갈 때에도, 이제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올해 말이 가기 전에 이런 안정감이 생기다니 정말 기뻐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거든요.
이제 하나씩 또 성취하는 기쁨을 맛 볼 내년이 기대됩니다.
미래가 기대된다는 거, 이런 기분이었구나. 알게 되어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