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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Dec 29. 2019

자서전을 꿈꾸는 그대에게!

힐링으로서의 글쓰기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학생 때에는 치기 어린 말이거니 했었지만 세상을 살아내다 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만 살았을 것 같은 부잣집 사모님도, 승승장구 출세가도를 달리는 성공한 사업가도 그 은밀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모두 나만의 소설 하나쯤 가슴속에 감추고 산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의 그 상처를 어르고 달래며 덕지덕지 딱지 앉은 상처들을 그렇게 가슴에 묻어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자서전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들이 심심찮게 눈길을 끈다.  

“자서전? 아휴~ 내가 무슨 자서전을 써? 유명인사도 아니고 글 솜씨라고는 젬병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턱없는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귀가 솔깃해진다. 아마도 귀가 솔깃해지는 분이라면 이런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다이제스트 된 자서전 한 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 오는 날,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이라도 걸친 날에는 내겐 너무 먼 이야기로 들렸던 ‘내 인생의 자서전’이란 단어가 마음 밑바닥에서 낮은 안개처럼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단 나부터 시작해봤다.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순서에 따라 내 인생의 자서전에 필요한 로우 데이터를 입력한다. 차근차근 입력을 하다 보니 내 인생의 자서전을 만들기 이전에 부모님이 살아오신 역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나의 삶이 입체적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부모님 자서전 만들기가 시작됐다.  

이 사이트에서 부모님 자서전 만들기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세대 간의 마음을 잇다’다.

한국 사회가 남북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세대갈등과 남녀 갈등이라며 쏟아지는 뉴스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일까? 세대 간의 마음을 잇다란 말이 가슴에 쓱 들어온다.


19년 만에 돌아온 한국 사회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나이 든 어르신 분들이 내 앞에 서면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곤 해왔는데 어찌나 됐다고 하시면서 거절을 하시는지∙∙∙


주위 승객들은 양보하는 내게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거 뭐지? 이상한 분위기를 느껴서 나중에 친구에게 한번 물어봤다. 요즘은 노약자석에 가서 앉으시면 될 걸 왜 눈치 없이 일반석에 와서 젊은 사람들 부담스럽게 만드냐는 암묵적 분위기가 형성돼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 마이 갓’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큰소리쳤던 우리 윗 세대가 왜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남루할 대로 남루해진 그들의 모습이 결국 10여 년 후, 20여 년 후 우리 모습은 아닐까? 이 심각한 불통의 사회를 깨부술 강력한 한 방은 없는 것일까?.


결국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단절된 세대, 남녀의 마음을 잇는 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것은 소통밖에 없겠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풀어내는 것에는 가슴속에 쌓인 한의 응어리를 풀어헤쳐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이리라.


자서전의 주인공이 유명하지 않은 분이어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이가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를 설명할 ‘그 무엇의 콘텐츠’를 가다듬고 기름칠해 정성스럽게 닦아낸 부모님의 삶이 나손길을 통해 이제 활자로 살아 숨 쉬며 내 자녀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나만의 소설 한 권, 완성해볼까?


그들의 인생이 조금 투박해도, 작가가 전문가가 아니라 세련되지 않아도 진솔하고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만으로 훌륭한 서사구조를 갖춘 한 편의 훌륭한 이야기로 꿈틀거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가족사의 기록 현장은 관찰자인 동시에 기록자인 우리에게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장엄하고
엄숙한 통과의례를 제공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한층 성장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락서 플랫폼을 이용해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 충실하게 답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자서전,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서전을 완성할만한 리소스가 풍부하게 축적된다.

자료 축적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면 자서전 발간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절반도 넘게 달려온 것이다. 갈 길은 가깝고 돌아갈 길이 오히려 멀어졌으니 할 수 없다. 이제부터 완주의 레이스만 펼칠 일만 남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우리들의 자화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동참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내 삶을, 그리고 나아가 내 가족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보다 나은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싶다는 표현의 다른 이름이라 우리 사회가 어느덧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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