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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Mar 13. 2020

Cyber Cheers!!

힐링이 머무는 곳

코로나로 인해 모두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가 어쩌다 이렇게 우울한 바이러스로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 수입 맥주 보기 힘들었던 때에도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그리고 코로나... 이렇게 수입맥주의 대명사 같던 그런 맥주였는데... 한국 맥주 회사가 만드는 짙은 갈색 맥주병이 아니라 투명한 병에 노란색 빛깔의 맥주...  지금은 동네 편의점에서도 팔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호텔 바나 전문 클럽에서나 팔던 수입맥주 코로나. 레몬을 슬라이스 해서 병 입구에 멋들어지게 꽂아 주던 그 코로나가 지금은 완전 전 세계에서 원흉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닷가에서 마시는 코로나 맥주 맛은  언제나 진리다.

사실 코로나 맥주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국가 브랜드다. 라임을 거의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멕시코 사람들은 레몬 대신 라임 한 조각을 병 입구에 꽂아 쏙 집어넣고 마신다. 미국에서도 멕시코의 원조를 따라 라임을 넣어 마시는 것이 일반화됐다.


라임을 병 안으로 쏙 집어넣으면 맥주의 노란 빛깔에 연두색 라임이 보글보글 빠지며 라임의 맛이 더해져 더 시큼하고 알싸해진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태평양 바닷가 앞 카페에서 코로나 맥주를 마시면 '바로 여기가 파라다이스다'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것 이외에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 전시회 등의 문화생활도 참고 있다. 아니 공연이 다 캔슬돼서 갈 공연들도 없다.



문화생활은 물론 야외로 바람을 쐬러 간다든지 이런 일들을 뚝 끊었다. 괜히 어딘가 돌아다니다 괜스레 민폐 끼치면 안 되니 말이다. 지인을 만나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을 하는 것도 서로 부담스럽다. 이 시국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자며 카톡으로 정(?)을 나누며 부대끼는 중이다.


잠깐 참고 집순이(?)로 당분간 살아야지 결심하며 실천하고 있지만 어떨 때는 갑자기 '욱'한다. 오늘 저녁 '욱'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뭔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할 것 같다. 집 앞 도미노피자에서 피자 한 판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하이네켄과 호가든, 블루문과 스텔라 아르투아 4쌍의 수입맥주를 골랐다. '오늘은 피맥'이다.


왁자지껄한 펍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피자 한 판, 깔아놓고 수입맥주 골라 마시니 그럭저럭 집순이로 살아온 몇 주간의 스트레스가 조금 날아가는 것 같다.  근 한 달을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 맥주병을 들고 가볍게 병목을 부딪히며 지인들과 건배를 나눴던 그 시간들이 갑자기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역시 사회적 동물인가? 은근 외톨이가 좋다고... 내게 집중하겠다고 두문불출하던 내가... 타의에 의해, 사회적 환경에 의해 나가 돌아다니기가 꺼려지는 분위기가 되니 갑자기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정말 청개구리다.  멕시코의 대표 맥주 코로나 이야기를 꺼낸 김에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미칠라다(Michelada)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멕시코 한 바에서 마셨던 미칠라다. 칠리 파우더와 소금, 라임즙을 맥주 잔 가장자리에 가득 발라 맥주를 따라준다. Photo by malee

흔히 멕시코의 맥주 칵테일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맥주에 이것저것 섞기보다는 맥주 컵에 소금과 라임을 무치고 칠리 파우더까지 묻혀서 차가운 맥주를 부어마시면 이를 다 미칠라다라고 부른다. 마치 데낄라 마실 때 소금과 커피를 컵에 묻혀 마시는 것과 같다.


멕시코 시티로 출장을 갔을 때 바에서 미칠라다를 시켜 마셨다. 칠리 파우더에 소금, 라임까지 어떨 맛일지 상상이 되겠지만 맛은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어이쿠, 어떻게 이런 맥주를 마시지?' 멕시코 사람들은 이 맥주를 해장술로 마신단다. 정말 특이하다. 워낙 대중화된 술이라 간편하게 즐기기 위해 미칠라다 인스턴트 컵까지 상품화됐다. 그 컵을 갖고 다니면서 찬 맥주만 부어 마시면 즉석 미칠라다가 된다.


이렇게 미칠라다 컵을 갖고 다니면서 맥주를 부어 마시고 또 마시고... 하루 온종일 맥주를 마시며 산다. 이 미칠라다 한 잔을 마시면 땀이 흐른다. 마치 더운 여름날 매운 냉면 먹으면 땀이 흐르는 것처럼...

참 비슷한 식성을 가진 나라다. 멕시코와 우리는..



인스턴트 미칠라다 맥주컵. 찬 맥주만 이 컵에 부으면 미칠라다가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스트레스로 오늘은 맥주 이야기만으로도 한 꼭지가 완성될 판이다. 정말 갑갑하긴 한 것 같다. 사실 지인들과 편안하고 예쁜 레스토랑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 잔 하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이 힘든 세상을 버텨 왔는데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요즘의 생활에 모두들 집단 우울증에 걸리겠다고 난리들이다.


멕시코의 맥주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마지막으로 세상에 유일한 멕시코의 동굴 식당 사진을 투척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좀 풀고 함께 눈요기하는 것으로 글을 마쳐 볼까 한다.


예전 '달의 피라미드와 인간의 야만성' 칼럼에서 멕시코 피라미드인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라 그루타. 이 식당이 바로 테오티우아칸 입구에 위치해있다. 마치 인간이란 생명체의 첫 안착지인 어머니의 자궁을 닮았다는 뜻도 있다고 하는데 천연 동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특이함을 레스토랑의 장점으로 살려내 100년을 오픈하고 있는 식당이다. 

La Gruta. 스페인어로 동굴이란 뜻이다. Photo by malee

말 그대로 멕시코의 백년식당인 셈이다. 예쁘고 이색적인 이 식당의 풍경이 사진으로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 혹시 멕시코 여행 계획이 있다면 멕시코시티 피라미드를 투어 한 후 꼭 이곳에 들려보길 강추한다.  


잠시 사진으로 즐감하시며 각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Cheers...

어머니의 자궁 속에 마련된 듯하다. 천연 동굴의 구조 그대로 고급 식당으로 꾸몄다. 지상에서 이곳 라 그루타로 내려가는 길에 가벼운 설렘이 느껴진다. Photo by malee
동굴 지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어떻게 동굴에 식당을 차릴 생각을 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Photo by malee
멕시코 민속춤이 공연되는 무대와 연결된 계단에는 손님들이 불을 밝힌 촛불이 놓여있다. 마치 무대의 주인공이 된 듯 촛불을 밝힌 후 이곳 계단에 정성스레 놓고 간다.
멕시코 특유의 에스닉 문양으로 페인트 된 의자 등의 소품이 이국적이다. Photo by ma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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