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탓이라 하기엔 내 감각이 아직 어리다
개인적인 기분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함께 내 기분을 느낀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이들도 이 세상 어디에는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심장이 그만큼 외부의 냉기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인가
살갗을 지키고 기름덩이 아끼고 살덩이를 보호하고자 또는 지구를 몇 바퀴 돈다는 핏줄을 지키고자 두터운 옷을 껴입는다.
옷이 두터워지고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온 몸의 감각은 죽어간다. 눈을 가리고 코를 막고 입을 채우며 귀를 막는다. 그리고 나의 최초의 감각 피부를 재운다.
감각이 막힐수록 감정은 죽어가고 감동은 사라진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웃던 모습이 사라진다. 계절 탓이라 하기엔 너무도 급작스러운 변화다.
생각해보면 옷가지 수가 그리 는 것도 아니다. 빤스 한 장. 바지 한 조각. 셔츠 하나와 티 하나. 그리고 겉옷 하나. 변한 거라곤 티가 하나 늘거나 셔츠 하나가 늘고 두터운 잠바 하나가 더 끼어들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난 춥다고 난리를 치며 나의 기분은 겨울이라 그렇게 축 쳐진다 합리화한다.
가만히 고민해보자. 계절이 변해서 내가 그렇다고?
통장 잔고가 줄어서 그런건 아니고?
할 일을 마치고 나니 그런건 아니고?
한 해가 가니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은?
미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은?
추워지니 시골 어머니 걱정은?
계절 탓을 하기엔 너무 어리석은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