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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an 17. 2021

겨울에 다시 찾은 망해사

한국관광공사 언택트 관광지 100선

작년 5월에 찾았던 망해사를 2021년 1월에 다시 찾았다. 심포항에서 출발해 김제와 군산, 부안을 잇는 새 도로가 2020년 11월에 뚫렸다고 해 그 도로를 달려 서해 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 제 1목적지를 심포항 가까이 있는 망해사로 정했다.

8개월 사이 변화가 있었다. 입구 들어가는 길목에 '망해사, 2020 한국관광공사 언택트 관광지 100선 선정'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고 차량통제를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작년 7월 1일 한국관광공사와 7개 지역관광공사(RTO)로 구성된 지역관광기관협의회가 코로나19를 피해 국민들이 산, 강, 휴양림 등에서 여유롭고 안전하게 국내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전국 '언택트관광지 100선'을 발표했는데 망해사가 100선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된 것이다.

경기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경북 영덕 벌영리 메타세콰이어길, 대전 한밭수목원, 부산 황령산, 서울 몽촌토성, 인천 교동도, 제주 고살리 숲길 등이 100선에 포함된 언택트 관광지다. 이들 관광지는 지역관광공사 등에서 각각 추천한 해당 지역 관광지 중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 제한을 통해 거리두기 여행을 실천하는 관광지 등의 기준 요건을 검토해 정해졌다고 한다.

우리가 다녀간 뒤로 선정이 되서, 신록이 푸른 5월에는 찾는 이가 많지 않던 망해사에 찬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에도 제법 찾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 방문이 너무 많아져서인지 전엔 망해사 바로 앞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망해사 입구는 차가 못 들어가게 쇠줄을 쳐두고 코로나로 인해 차량입장은 안 되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도량 참배가 가능하단 표지판이 있었다. 차는 망해사 들어가는 초입의 마을 한 켠에 마련된 방문자안내센터 앞의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을 뒤늦게 발견했다. 돌아나오는 길에 마침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둘 공간이 보여서 마을 주차장까지 내려가지 않고 그곳에 주차한 뒤 망해사로 걸어내려갔다.

바다를 메워 간척은 했다지만 강이 된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이 귀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집 뒤의 바닷가를 지나칠 때 느꼈던 그 차가운 북풍을 오랫만에 다시 마주쳤다.

"우와~ 춥다 추워~~!!"

하면서 달달 떨며 걸어가자니 남편이 옆에서 두 손으로 내 양쪽 귀를 감싸주며 나와 보폭을 맞춰주었다. 남편은 가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이런 다정다감을 보여준다. 덕분에 추위가 한결 가시었다. 그렇게 도착한 망해사.

바로 앞의 강물은 하얗게 얼어있고, 절 뒤편의 산엔 잔설이, 절마당에는 녹다 만 눈들이 얼음이 된 채 남아있었다. 하지만 잎을 다 떨군 낙서재 앞의 수령 430년 넘은 두 그루 팽나무는 여전히 멋졌다.

만경강과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거칠고 차가워서, 삼성각까진 안 올라가고 극락전과 청조헌, 낙서재만 둘러보고 왔다. 이번에도 낙조는 보지 못했으나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바다 가까운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에겐 망해사의 추운 바람때문에 오래된 기억을 꺼내어볼 수 있었다. 그 바다도 내가 타지에서 상급학교를 다니는 동안 간척이 돼버려서 이젠 희미한 강줄기만 남아있기에 망해사에 올 때마다 고향바다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다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 표지의 망해사 일몰 사진은 자유님 사진입니다.


* 작년에 올린 망해사 여행기

https://brunch.co.kr/@malgmi73/19


얼어붙은 심포향
망해사 알몰 펌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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