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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15. 2020

들어는 봤나? 계산리 5층 석탑

청주에서 가장 큰 고려시대 석탑

세계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만들어진 문화와 교육의 도시 청주. 이 청주에서 가장 큰 고려시대 석탑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계산리 5층 석탑입니다. 피반령 북쪽 기슭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계산리 말미장터라는 마을을 들어서서 경로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길을 쭉 따라올라가다 보면 나온답니다.

툭 터진 평지에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있고 느티나무와 아카시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야산 아래 고즈넉히 서있는 계산리 5층 석탑은 고려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11~12세기에 계산리 절터에 세워진 보물 제 511호입니다. 절은 사라져 그 이름도 남아있지 않고, 주변은 논밭으로 변해버렸는데도 천 년 세월을 꿋꿋이 버티고 우람하게 서있는 것이지요.

가깝고 한적한 곳에 있는 보물이라 종종 보러가곤 하는데 지난 일요일 오후에도 가볍게 다녀왔답니다. 저는 세 번쯤, 남편은 그보다 더 자주 온 곳인데, 올 때마다 한 번도 우리 외의 관람객을 본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도 탑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큰 주차장이 잘 닦여있고, 임시 화장실과 벤치도 여러 개 마련되어 있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역사공부하시는 분들이 관광버스에 떼로 타고 오셔서 구경들을 하고 가신다고 역사학계 꽤 유명한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기단은 백제식, 석탑은 후기 신라식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이라 역사공부 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중요한 사료인 모양입니다.

천 년 가까운 세월을 오도카니 서서, 눈비 맞고 바람서리 다 겪어내는 동안 상륜부는 떨어져 나가고 기단과 5층까지의 석탑만 남아 높이가 5.65m인데, 상륜부가 있었다면 8m가 넘었을 거라고 합니다. 각 층의 몸돌은 아무 조각도 없는 단순한 형태로 1층과 3층은 4개의 면석으로, 2층 4층 5층은 1개의 몸돌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저는 아무리 살펴봐도 1층과 3층의 면석이 세 개로 보였답니다.(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탑을 가만히 살펴보면 여기저기 돌덩이가 뚝뚝 떨어져 나간 데가 보입니다. 정면과 후면의 1층 기단 있는 부분과 오른쪽 2층 지붕돌 부분. 1층은 쉽게 접근 가능한 곳이니 누가 부수려고 했거나 뭐에 크게 부딪힌 흔적이겠구나 여기는데, 2층의 떨어져나간 부분은 왜 저리 된 걸까 궁금했지요.

"저기 돌이 뚝 떨어져나간 건 왜 그럴까?"

옆에 있던 남편이 그럽니다.

"돌바이러스라는 게 있거든. 그 녀석이 배가 고플 때마다 돌을 아구아구 남냠 파먹어서 그런 거야~"

하두 진지하게 말해서 또 속아넘어갈 뻔 했습니다만

정신을 차리고 한 마디 해주었습니다.


"내가 또 속을 줄 알았지?"

몸돌이 놓인 방향이 1층과 3층이 엇갈려 있고, 1층과 2층의 지붕돌도 두 개의 큰 돌이 서로 방향을 달리한 채 마주하고 있어서 균형을 잡기 위해 그렇게 한 것임을 추정하게 했답니다. 몸돌과 탑 사이의 틈이 크게 벌어진 곳은 흙으로 메운 흔적도 꼼꼼히 살펴봤지요.

석탑 주위를 빙빙 돌며 구경하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면 찐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남편이 과도한 애정행각을 하길래 보다 못해

"어허~ 신성한 보물 앞에서 뭔 짓이래?"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이 걸작입니다.


"나한텐 니가 보물이야~♡"

음.... 뭐 더 할 말이 없더라구요.
부러우면 지는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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