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꺼 다 쓰고 팔월 꺼를 쓸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글도 먹을거리처럼 그날그날 바로바로 수확해서 쓰는 게 더 싱싱하고 봄직스럽고 좋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팔월 첫 날인 오늘 일부터 쓰고, 칠월에 있었던 일들은 기왕 묵힌 거 더 묵혀서 잘 삭여가지고 올리려 한다.
남편이 지난 주부터 동해바다 타령을 해서, 어젠 좀 무리해서 동해를 다녀왔다.
영덕부터 시작해, 울진 삼척 동해시까지 둘러보고 올 때는 태백 정선 제천 충주를 거쳐왔다. 그러느라 빨리 온다고 왔음에도 밤 10시 땡! 해서 집에 도착했고, 씻고 운동인증하고 EBS에서 하는 세계의 명화 '리플리'도 보다보니 2시 다 되서 잠이 드는 바람에 오늘은 6시 넘어서야 잠이 깼다. 보통 텃밭을 갈 땐 5시부터 준비해서 나가곤 하는데 늦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토요일부터 시작해 월요일까지 사흘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그동안은 텃밭에 물 주러 안 가도 되겠구나~ 야호!'하고 좋아했건만 하늘은 야속하게도 나의 게으름을 허용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토요일 새벽에 비 찔끔 내려주곤 햇빛 쨍쨍.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보니, 비 오기는 글렀다. 아직 여독도 안 풀렸고, 다리도 좀 다친 참이라 방바닥에서 뭉그적대며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털고 일어났다. 으차!
타오르는 목마름으로 줄기가 타고 있을 들깨와 고구마와 방울토마토, 가지, 토란, 까마중을 위해 불끈 일어나 텃밭에 물 주러 갔다. 정신 차리게 카페라테 캔커피 하나 챙겨서 홀짝이며 훠이훠이 텃밭으로 고고~
일요일이라 위아래 텃밭을 해도 잘 만나지 못했던 텃밭이웃이 나와계셔서 올들어 처음 인사를 나누고, 호스로 들깨모종부터 토란, 대파, 토마토, 가지, 고구마, 까마중 순으로 흠뻑 물을 주었다. 빨갛게 읽은 방울이와 초록 자생들깻잎을 딴 뒤 가만 보니 고구마줄기가 제법 자라서 이제 수확을 해도 되겠는 거다. 그래서 첫 수확을 했다. 내 손아귀로 두 줌. 딱 나물해먹기 좋은 양이다.
고구마줄기 꺾은 자리
룰루랄라 신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매일 지나다니며 인사하던 풍경사진관 개가 오늘따라 무지 반가워하며 컹컹 짖는다. 어제 동해 간다고 하루 안 들렀더니 내가 왜 안 오나 제딴엔 기다렸던 모양이다. 매번 지나다니면서 "개야~ 개야~!"하고 부르면 늘어지게 누워있다가 찔끔 고개 들어 나 한 번 보고는 바로 고개 돌리고 누워있던 녀석이 오늘은 내가 근처에 가자마자 꼬리를 살래살래 치며 짖는다. ㅎ~~ 너도 내게 길들여졌구나!오늘부터 너를 '풍경'이라 부르마^^
아침해가 제법 올라와서 나무그늘이 많은 생강나무길로 해서 오는데 어디서 구수한 냄새가 나서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역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수나무가 아파트 옆면에 자라고 있었다. 튤립나무, 벚나무, 생강나무에 가려 거기에도 계수나무가 있는 줄 몰랐는데 있었네~
오늘도 구수하고 달콤한 계수나무 향기를 맡으며
강아지 산책시키는 부부와 가로등에 재미난 과일그림을 그려놓은 공원을 지나쳐, 보라색 배롱꽃이 나날이 풍성해지는 우리집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