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은 농사력으로는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다. 그래서 오늘을 넘기지 않고 고구마를 캐려고 아들과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어머님께서도 고구마순 쓸만하면 나물 해서 먹자고 함께 가셨다. 날이 마침 맑고 따스해서 일하기 좋은 날씨였다.
올해는 상강 때 내린다는 첫서리가 2주 전쯤 일찍 내려서 고구마순은 시꺼멓게 얼어버렸지만 줄기는 다행히 멀쩡한 것들이 많았다.
아들이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면, 나는 고구마를 캐고, 어머님은 밭둑에 앉아 고구마순을 따서 다듬으신 뒤 봉지에 차곡차곡 넣는 식으로 세 사람이 딱딱 역할분담을 해서 일을 하니 세 시간 만에 끝났다. 고구마 캐고, 토란도 캐고, 지주대 뽑아 쉼터 안에 보관하고, 가지대 토마토대 들깨대 까마중대 등은 뽑아서 밭둑 저 위로 치워서 밭 정리까지 싹 끝낼 수 있었다.
매년 텃밭의 고구마 수확을 도와온 아들이지만, 올해는 밭이 두 배로 넓어진 데다 땅의 대부분에 고구마를 심은 탓에 고구마 줄기 걷다가 힘들다고 앓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쉬면서 내 옆에서 고구마도 캐고(캐는 게 더 재밌어 보인다네요), 땅에서 나온 각종 이름 모를 애벌레들과 지렁이, 지네, 달팽이랑 놀기도 하고, 고구마 줄기 아래 왕창 싸놓은 고라니똥과 후다닥 텃밭 고랑을 도망쳐가는 줄장지뱀을 신기하게 보기도 하면서 나름 생생한 텃밭체험을 했다. 더 어릴 때였다면 이런 것만 가지고도 한참 이야기를 나눌 만큼 좋은 교육이 되었을 텐데, 고딩인 아들은 얼른 끝내고 집에 가서 게임하고 싶다고 하는지라 부랴부랴 서둘러 일을 끝냈다.
차일피일 미루던 밭 정리를 고구마/토란 수확과 함께 다 마무리할 수 있어 어찌나 속이 개운하던지~
고구마도 6년간 텃밭농사 해온 이래 가장 많은 수확을 해서, 대충 20kg은 될 거 같다. 고구마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님, 올 겨울까지 고구마 실컷 드시겠다^^
집에 와선 고구마를 다시 햇볕에 널어 말리고(그래야 수분이 증발하며 더 당도도 높아지고, 보관성이 좋아진다) 자잘하고 상처 난 고구마는 씻어서 삶고, 토란도 씻어서 삶으려고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