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가을이 내려오는 소리

8월 텃밭일기 2

by 말그미

77주년 광복절은 말복이기도 했다.

절기는 어쩜 그리 딱딱 맞추는지

말복 지나니, 더위가 한풀 꺾인 게

여실히 느껴진다.


열대야는 사라지고,

새벽엔 선뜻한 바람이 느껴져서

창문을 닫고 이불을 찾아 덮게 된다.

이러다 곧 찬바람 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달력을 보니 다음주 화요일인 8월 23일이 처서이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

이제 정말 가을이 머지 않다.


어제는 새벽에도 비가 온 뒤라

밭에 가면 바로 푹푹 발이 빠질 것 같아

가지 않고, 오늘 새벽에 다녀왔다.


텃밭 가는 길에 보니

나무 위에서부터 가을이 내려오고 있었다.

계수나무, 단풍나무는 우듬지부터 노랗게 붉게 물들면서 초록빛이 가시기 시작하고, 벚나무는 노랑 잎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어제 낮동안 짝을 찾아 노래부르고, 교미에 성공했을 매미가 산책로 이곳저곳에 생명을 다한 채 누워있는 모습이 애잔하기도 했다. 그래도 매미 입장에선 할 일을 다하고 생을 마쳤으니, 뿌듯했으려나? 땅속에선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을 굼벵이로 지내다 딱 여름 한 철 짝을 찾느라 울부짖다 생을 다한 매미 앞에서 잠시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죽는 순간, "그래, 이 한생 잘 살다 가오!'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길이가 얼마가 됐든 성공한 삶이라고.

광복절에 가고, 나흘만에 다시 찾은 텃밭은

토마토도 시들고, 들깨도 쓰러지고,

가지잎도 누래지기 시작했다.

몇 개 안 달린 가지도 시들시들.

오직 고구마순만이 힘차게 줄기를 뻗어나가며 폭풍성장을 하고 있었다. 참, 풀들도 같이^^

들깨꽃이 필 때까지 살려보려고

지난 번에 왔을 때 열심히 세워놨는데

다시 쓰러진 걸 보니 안 되겠다 싶어

들깨는 뽑아냈다.

봄에 모종 사다 심은 토마토는 이제

생을 마칠 때가 된 것 같아,

여기에서 나온 순을 심어 자라는

새로운 토마토에 지주대를 옮겨서 받쳐주었다.

그래도 방울토마토 몇 개가 달려 있어서 따고,

옥수수는 나무에 달린 채로 말라버려서

씨앗이나 받을까 하고 챙겨왔다.

옆밭에 쓰러져있는 대파도

세 대 뽑아오고.

수확할 게 별로 없어

가볍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엔 양떼구름이 몰려다니다

해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주고,

그 빈 공간에 해무리가 무지개처럼

잠시 생겼다가 사라졌다.

새벽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 오늘 새벽풍경 시간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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