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처서에도 비가 오더니, 올해 처서에도 비가 오네요. 처서에 비가 오면 천 가지 곡식이 해롭다는 말이 있는데, 다가올 가을에 수확할 곡식이 줄어들까 걱정입니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처서(處暑)는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에 해당해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어 있어요. 보통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에 드는데 올해는 양력 8월 23일, 음력 7월 26일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라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이 나왔는데요, 처서 지나면 여름 내내 극성스럽던 파리와 모기도 점차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답니다. 어젯밤엔 유난히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은은하게 밤공기를 가르더라구요.
그래서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이 있는 처서는 무더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드는 계절의 순행을 드러내는 때예요. 날씨뉴스를 보니 어제까지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도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비까지 내렸으니 확실히 열대야는 사라질 듯합니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옛말처럼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지요.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더더욱 벌초하러 묘소를 찾는 분들이 많은 때이지요. 또 조상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고 해요.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에 하는 호미씻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이 있지요.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말인데, 그만큼 다른 때보다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에요.
날이 좋으면 처서맞이 텃밭행을 다녀오려 했건만,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그쳤다 반복하다 지금은 쫘악쫘악 내려붓고 있어서 텃밭에 갈 수가 없네요. 그만 내려도 좋을 비를 바라보며, 며칠 전 날씨 맑은 날 다녀오면서 보았던 텃밭과 주변풍경들 올려봅니다.
텃밭 가는 길의 소나무숲길, 동이 터오는 하늘, 비 속에서도 장하게 자라주는 참외, 호박, 가지, 애호박, 빨강고추, 초록고추, 고구마순 가득한 밭들과 이삭이 패이기 시작한 논, 묵마을 담장 밖에 떨어진 채 익어가는 꼬마감과 울밖의 봉숭아꽃, 프로농부의 손길이 스며있는 밭들과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란 토란대, 카페에서 정성스레 다듬은 정원과 여전히 풍경사진관을 지키는 멍뭉이, 언제나 그자리에서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있는 측백나무의 모습이 마음을 다독여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