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멀미가 나셔서 트렁크쪽에 돗자릴 깔고(SUV라 뒷좌석 바로 뒤에 트렁크가 실내로 연결되어 있다) 누워가셔야 했던 어머님은 막상 주산지 도착했을 땐 도저히 걸을 수 없겠다시며 우리가 주산지를 보고 올 동안 차안에 누워계셨더랬다. 주산지 보고 와서 주왕산 아래 백숙집에 밥 먹으러 갔을 때서야 기운을 차리셔서, 식사도 하시고 주왕산 입구 장터에서 구경도 하실 수 있었다.
멀미 심하신 분이 친구들 또는 산악회 사람들과 울릉도에도 몇 번 가셨는데, 죽도는 섬 한 바퀴를 다 돌아보고 오셨지만 독도에 가셨을 땐 배멀미가 너무 심하게 나셔서 독도에 가시긴 가셨으나 독도 구경은 해보시지도 못하고 돌아오셔야 했다.
"독도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바로 땅에 누워버렸당께. 하도 어질어질하고 속이 메스꺼워서. 그라고 누워있음서도 태극기 흔들라고 항께 그 정신에도 태극기 흔들고는 바로 또 뻗었지야~ㅎㅎ"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돌아오실 땐 처음부터 배 한쪽구석에 신문지 깔고 누웠더니 멀미가 덜해서 배 타실만 했다고.
"젊을 때는 멀미가 지금보다 더 심했어야. 한 번은 서울 올라오셨던 할아버지 모시고 영암까지 버스 타고 내려가는디, 어찌나 토하고 멀미를 해싼께 할아버지가 니처럼 멀미 심하게 한 사람 첨 봤다 하심시로는 오바자락을 옆에다 펼치시곤 여기 누워서 가거라~ 그라셔가꼬 거기 누워서 간 적도 있당께! 하도 멀미하느라 심들고 정신 없응께 며느리가 시아버지 앞에서 여런지도 모르고 그라고 갔재."
"할아버지께서 그래도 며느리 생각하는 마음이 크셨네요. 아버님 같으면 그러시지 않았을 거 같은데..."
"아이고~ 그 양반이? 내가 멀미하고 있으면 다 큰 어른이 애기들처럼 멀미한다고 얌씬 타박이나 하고 앉았재 멀미약 한 번을 안 사주더라."
"그런 건 좀 할아버지 닮으시지~ 참."
"할아버지 그런 성격은 부산작은아버지가 그대로 물려받았지야. 그 작은아버지는 작은엄마가 아프다고 하면 약 사다 바치고, 꼼짝도 하지 말라고 하믄서 집안일 다 하고, 애들 챙기고 그랬재. 명절 때 영암에 와서도 식사시간 되믄 애들 셋을 옆구리에 끼고 밥을 멕이시더라. 작은엄마 바쁜께."
"와~ 아버님이랑은 완전 정반대시네요."
"한 뱃속에서 나와 한 부모 밑에서 자라도 그렇게 다르더랑께. 하여간에 내가 그눔의 멀미가 징글징글해서 멀미 안 할라고 별짓을 다 해봤다. 배꼽에 파스도 붙여보고, 입에 생강도 물어보고, 인삼쪼가리도 물고 가고~"
"오징어 냄새가 찐한께 그라기도 하재. 나는 담배냄새를 맡으면 멀미가 좀 가라앉더라. 그란디 내가 담배를 피워야 말이재. 평상시에는 담배 냄새 맡으면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지고 싫은디, 멀미할 때는 누가 차 안에서 담배 피우면 - 지금이야 차 안에서 담배 못 피우게 하지만 옛날엔 다 피웠응께 - 그 담배 냄새 맡을라고 냄새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코를 벌름벌름했당께.ㅎㅎㅎ~ 이상하게 멀미할 때는 담배 냄새가 안 싫더라."
"희한하네요. 하긴 조선시대때는 담배가 몸에 좋다고 대여섯 살 어린애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입에 담배 물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더라구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란 말도 그때 나온 거래요."
"우리 애들도 나 닮아서 멀미가 심해가꼬, 외할머니가 포천에 올라와서 잠시 사실 때가 있었는디 그때 뵈러 갈라고 버스 타믄 셋이 다 귀에다 비닐봉지 하나씩 걸고 갔당께~ 멀미나믄 거기다 바로 토하라고. 생각만 해도 우습다. ㅎㅎㅎ 지금이야 이라고 웃음시롱 말하재, 그땐 멀미하는 애들 셋 데리고 버스 타고 그 포장도 안 된 울퉁불퉁한 길을 갈라믄 얼매나 고생이던지... 그래도 큰께는 멀미 안 하드라. 나만 이라고 지금도 멀미하재. 한창 산에 다니고 할 때는 자꾸 버스를 타고 다녀버릇해서 잘 안 하더니, 인자 차도 잘 안 타고 어딜 자주 안 다닝께 다시 멀미를 하든만. 멀미도 체력이 받쳐줘야 안 할랑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