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랑 저는 고향이 다 전라도라 사투리 몰라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없잖아요. 근데 다른 지역 사람끼리 한 식구 되면 사투리를 못 알아먹어서 난감한 경우가 많나 봐요. 서울 며느리가 명절 때 목포 시댁에 갔더니 시어머님이 '아가, 쩌그 정개에 가서 설강에 보새기 좀 가꼬온나.' 하는데, 정개가 뭔지~ 설강이 뭔지~ 보새기가 뭔지~ 하나도 못 알아먹어서 멘붕이 왔다네요, 글쎄^^"
"부엌에 가서 찬장에 보시기 좀 갖다 주란 말을 못 알아들었구먼~ 지역이 다르믄 사투리 알아먹기 힘들지야. 내 고향 친구 하나도 충청도로 시집을 갔는디, 추석 때 시댁에 갔더니만 윗동서가 그러더란다.
'자네, 부엌에서 파내기 좀 가져오게' 그란디 파내기가 뭔 말인지를 알아야재?
파내기가 뭐시다냐~ 하면서 부엌 가서 찾다 찾다~ 판때기 하나가 보이길래 이거싱가~ 하고 가져간께 동서가 막 웃더란다. 알고봉께 쌀 씻을 때 쓰는 오막하고 오돌도톨한 옹기그릇 있냐 안? 그거더란다. 전라도에선 옴박지라고 부른디 파내기라고 항께 도대체 알아묵을 수가 없재"
충청도 사투리로 파내기는 전라도 사투리로 옴박지고, 옴박지는 표준어로 자배기다.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쩍 벌어진 오지그릇이나 질그릇을 자배기라고 하는데, 흔히 보리나 쌀을 씻거나 채소를 씻고 절일 때 나물을 삶아 물에 불리거나 떡쌀을 담글 때 쓰였고, 설거지통으로 쓰이기도 했던 물건이다.
며느리끼리 협업을 해서 후딱 명절음식을 해야 할 판에, 출신지역이 달라 말을 못 알아먹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사투리를 몰라서 지시문을 해독하지 못해 쩔쩔매는 다른 지역 며느리들이 의외로 많다. 시어머님들은 그 사실을 아실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