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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r 29. 2023

대대로 근심걱정 없이 살아온 무수천하마을 유회당

대전 가볼만한 곳

대도시 근교에서는 드물게 역사와 전통문화 그리고 농촌다움을 함께 보전하고 있는 마을이 있는데, 바로 대전 무수동이다. 2006년 농촌전통테마을로 지정된 무수천하마을은  무수(無愁)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대로 근심걱정 없이 살아온 마을로 부모사랑의 마음이 담긴 유회당과 기궁재, 안동 권씨 종가와 같은 역사적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다.


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운남로37번길 66 (무수동)

문의 : 042-285-5557



농사체험마을에 걸맞게 부추와 콩 등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어 계절별 농사체험이 가능하며, 다양한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식물을 말려 장식해보는 꽃누름이 압화, 천연 염색등의 공예체험과 마을 주위에 생물을 통한 생태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마을 안쪽으로 쑥 들어가면 왼쪽 보문산 자락 아래 잘 가꾸어진 묘소와 고택이 보인다. 바로 유회당과 기궁재이다. 유회당과 기궁재는 조선 영조 때 호조판서를 지낸 권이진(1668∼1734) 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건물과 그에 소속된 재실로 보문산 남쪽 기슭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부모를 간절히 생각하는 효성스러운 마음을 늘 품고 싶다는 뜻을 지닌 ‘유회(有懷)’는 중국 명나라 때 학자인 전목제의 ‘명발불매 유회이인(明發不寐 有懷二人)’이라는 시에서 따온 말이다.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6호인 유회당은 앞면 4칸·옆면 2칸 건물로 활수담이라는 작은 연못 건너에 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활수담과 연못을 건너는 돌다리, 연못 주위에 늘어선 울긋불긋한 남천잎이 인상적이다.


유회당 앞면과 양쪽 면에 난간이 돌려진 툇마루가 있고 가운데 넓은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온돌방을 배치하였다. 툇마루에 비가 들치지 않게 앞처마를 길게 빼서, 옆에서 보면 비대칭인 기와지붕도 특이하다.


유회당과 삼근정사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재실인 기궁재는 ㄱ자형 건물로서 넓은 대청을 중심으로 안방·건넌방·부엌 등이 있으며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데, 1920년대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재실 옆에는 유회당 권이진 선생이 아버지의 묘를 지키기 위해 지은 시묘소인 삼근정사가 있고, 유회당 아래에는 선생의 문집이 보관되어 있는 장판각이 자리잡고 있다.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0호인 유회당 판각은 유회당 권이진의 글을 모아 놓은 판목 246판을 말하는데, 증손자인 좌옹 권상서가 순조 대 초에 만든 것이다. 판각에는 시, 서, 소 등을 비롯하여 성리학과 관계있는 자료들이 실려 있으며, 특히 일본과 관계 되는 외교 자료와 연행 일기 등도 있어 당시의 학문과 국제 정세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유회당에서 재 하나 너머에 후손과 후학의 교육장소로 세운 「여경암 (부) 거업재·산신당」이 있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3건물은 각각 불교사원과 유교교육기관 그리고 도교적인 산신각으로 한 울타리 안에 독특하게 어우러져 있다. 보문산 남쪽 무수동에는 삼신산(三神山)의 별명을 가진 산이 있는데, 무수동의 뒷산인 운풍산(雲風山), 동남쪽의 봉래산(蓬萊山), 그리고 앞산인 방장산(方丈山)이다. 그 중 동남쪽의 봉래산 속에 거업재와 여경암이 있으므로, 근방 사람들이 부르기를 여경암을 일컬어 '봉래암(蓬萊庵)'이라 하였는데 그것이 와전된 말로 '동남절'이라고도 한다. 대전의 배롱나무꽃 명소이기도 하다.


마을입구에 보호수 은행나무로 둘러싸인 안동 권씨 유회당 종가 일원은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9호로 영조 때 호조판서를 지낸 유회당 권이진선생이 처음 터를 잡았던 곳이다. 보문산 서남 방향으로 제일 아래에 안동 권씨 집성촌이 있고, 그 가운데에 유회당 종가가 있다. 현재의 종가는 유희당 권이진의 아들이 세운 것으로, 이후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종가 일원에는 안채, 사랑채, 사당, 연지 배회담, 광영 등이 있다. 원래는 행랑채가 있었으나 광복 후 퇴락하여 없어졌다. 안채는 'ㄱ'자형의 평면이며 사랑채는 ''자형 평면이다. 이 둘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앞뒤로 배치되어 있다. 사랑채 뒤편의 조금 높은 곳에는 사당이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종가 앞에는 배회담이라는 연지 연꽃을 심은 못과 광영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이들의 이름은 주자의 시 '관서유감' 중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 함께 배회하누나"란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광영정 안에는 동쪽에 수월란, 서쪽에 관가헌, 남쪽에 인풍루 북쪽에 광영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깔끔하긴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아 다소 휑한 느낌이 들었다.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크게 하는 마을이라고 하여, 대보름날에 다녀와야지 하고 손을 꼽으면서도 매번 놓쳤다가 2월 말에야 다녀오게 된 무수천하마을은 '근심없는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평화롭고 고즈적한 풍경을 선사했다.


* 무수천하마을 홈페이지

https://musu.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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