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아직도 바쁘냐'는 연락에 연말인걸 알았다.
흔한 연말 인사가 위로가 되는 건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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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긴 터널 같았던 2020년.
올해 사진들 중엔 셀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유난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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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마지막이란 아쉬움에 더 기록할 법 도한데
하루하루 정리할 시간 없이,
다 소화하지도 못할 일들을 꾸역꾸역 해내며
턱 끝까지 차있던 우울과 공허함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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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었는데
참 외로웠는데
나는 나를 좋아해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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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성실했던 나는 고장 나고 있었지만
성실함의 방향을 다시 잡지 못했고
예전과 똑같은 조건이 아닌 상황에서까지
왜 예전만큼 못해내냐고 나를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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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들 때
역설적으로 힘든 스스로를 탓하고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냥 그때의 상황이 그랬던 것일 뿐인데
내 속도에 맞게 잠시 멈춰도 되는데 그걸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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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모든 것에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마주하고 얘기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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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카메라로 나를 찍는다.
올 한 해 잊고 살았던 나를 기억하고,
참 수고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