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빛

1.

by 신성화

“학교에는 별 일 없고?”


나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긴 태준에게 물었다.


“딱히.”라고 말한 태준이 내 앞에 놓인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떠서 먹었다. 오물거리는 입매가 단정하게 움직였다.


“다다음주 토요일에 희찬이 형 결혼식 갈 수 있어?”


입안에 든 케이크를 삼킨 태준이 물었다.


“오빠 결혼식이 벌써야? 시간 진짜 빠르네.”라고 말한 나는 “그날이 며칠이지?”하고 덧붙여 물었다.


“6월 2일. 토요일. 직접 얼굴 보고 청첩장 줘야 되는데 그때 못 만나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더라.”


태준이 답했다.


“내가 일 있어서 못 나간 건데 오히려 내가 미안해해야지. 청첩장은?”


“여기.”


태준이 가방에서 청첩장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나는 청첩장을 펼쳤다.


‘오셔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주세요’라는 상투적이지만 격식 있는 문구가 먼저 보였다. 청첩장의 디자인과 문구를 보니 아마 희찬오빠보다, 정인언니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듯 했다. 희찬 오빠의 의견은 청첩장 한 켠에 작게 그려진 자석모양 그림 정도뿐이 아닐까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두 사람을 함께 부를 때 하는 말이 자석 커플이었다. 흔히 자석처럼 붙어 있다고 말하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은 아니었다. 딱 달라붙어 있어서 자석이 아니라 한 자석 양 끝에 있는 N극과 S극처럼 너무 달라서 생긴 별명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상상해보며 작게 웃었다. 감히 상상이 안 갔다.


결혼이라. 나는 청첩장을 만지작거렸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한 사람 반, 안 한 사람 반쯤. 벌써 애가 둘, 셋인 친구들도 있었다. 기혼 친구들과 미혼 친구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얇은 막이 생기기 마련이었고, 얼굴 한 번 보자는 약속을 잡을 때조차 예전과 달라진 그 관계성을 미묘하게 느끼곤 했다.


‘그날 회사 끝나고 몇 시에 만나자’ 혹은 ‘토요일은 남자친구랑 약속이 있고, 일요일에 만나자’ 등의 말로 약속을 정하던 그때와는 달랐다. 이제 기혼 친구들의 문장에는 ‘그날 시어머니 생신이셔.’, ‘우리 애가 감기에 걸려서.’라는 등의 미혼 친구들에게는 별나라 같은 이야기들이 새겨지곤 했다.


나는 미혼으로서 기혼으로 향하는 언저리에서 주저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냐는 말을 건네올 때면 글쎄요, 하고 말았다. 태준이와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아직은 막연한 미래의 일로 여겼기에.


언제가 될지는 몰랐지만 내가 만약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발을 들이게 된다면 그건 태준이와 함께일 것이었다. 내가 태준이에게 정식으로 청혼할 생각이었으니까.


“12시에 하네. 가야지. 희찬 오빠 결혼식인데.”


나는 결혼식 날짜와 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청첩장을 원래대로 접었다.


“자기 친구들도 많이 오지?”


내가 물었다.


“응. 이제는 이런 일이 있어야 전부 모이니까. 다들 바빠서 한 번에 얼굴 보기가 힘들어.”


“맞아. 그렇게 되더라. 친구들이 결혼하니까 더 모이기 힘들어.”


나는 조금 전에 생각하던 내 친구들과의 만남을 곱씹으며 말했다.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뭘 입고 가나.”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흔히 생기는 넋두리였다.


“아무거나 입어도 예뻐.”


혼잣말처럼 내뱉은 나의 말에 태준이 대답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예의는 차려야지?”


나는 태준을 보며 싱긋 웃었고, 태준도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늘 이랬다. 태준이와 함께라면 언제나 웃을 수 있다는 생각.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나 이만큼 행복해요, 라고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 나의 행복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을 만큼.


가끔 친구들이 남자친구와 싸운 일로 하소연 할 때면, 6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은 태준이와 나의 관계에 감사했다. 싸우는 일이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싸울 일이 없었으니까. 잘 싸우고 잘 풀어야 좋다는 말에 연애 초반에는 일부러 싸우려고 해봤지만 그때마다 태준이는 현명하게 넘어갔다. 나는 그런 태준이의 모습에 너털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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