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고 싶은 도끼

좋아서 하고 싶은 일

by 말삼

나무가 되는 게 내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저 내가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싶어서,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쉼이 되고 싶어서

그랬더니 하고 여겼었다.


그런데 오늘 무언가 탁하고

나를 깨닫게 한 것이 있다.


내가 너무

내 의욕에 맞춰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에

나무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라고...


지나가는 어느 누구도 와서

쉬다 갈 수 있는

큰 그늘이 드리워진

아름드리나무를 꿈꿨다.

살랑 부는 바람에

뜨거운 햇빛을 피하고,

잠시 기대어 앉아

책 몇 장을 넘기다가

잠이 스르륵 드는

그런 쉼을 누리는 나무.


가지과 기둥과

모든 걸 내어주고

밑동마저

지나가는 이에게

앉을 곳을 제공해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런데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돌아보면

늘 그 임계점에 도달할까 봐

긴장하는 나 자신을 본다.

의욕에 앞서 시작했다가

조금 지나 그 과정 중에

의욕과 다르게

나의 에너지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고

느끼게 된다.

나무가 되고 싶었는데,

나는 나무를 부러뜨리는

도끼가 아니었나 싶다.


브런치도 마찬가지고,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에서

그래왔다.


덕분에 배우고 성장한 것도

분명히 있지만,

그 벽을 마주할 때 느끼는 좌절은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작은 일에서 큰 일까지.

남들이 알아주는 일부터

알아주지 못하는 일까지.


작은 가시 하나가

내 온몸의 신경을 쏠리게 하듯이,

일의 경중과 상관없이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을 틈탄다.

그 틈이 벌어져서

나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내가 터득한 것은

그럴수록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신도 혼자만의 세계에 가두면 안 된다.

책이라도 읽고 강의라도 듣고

영상이라도 봐야 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일순간의 즐거움에 머무는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게 색다른 영감을 주는

무엇이어야 한다.


도끼로 내 밑동을 더 이상 찍지 말고,

가지를 접붙이듯이

땅에 깊이 뿌리박아야겠다.

그러려면 내 의욕을 내려놓고

흘러가는 대로 놔둘 필요가 있다.


사실은 누군가 나한테 연락이 오면,

흔쾌히 언제든 만나서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그런 마음과 달리

내 삶의 모든 가용시간은

무엇인가로 가득 차있다.

이 일을 하고 나면 다른 일,

다른 일을 하고 다면 그다음 일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느 토요일 아침,

그 한 주간 깨어있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잔밖에 못 마시는 커피를

아침에 귀하게 즐겨마셨는데,

날이 더워지고 아이스커피로 바꿔서 그런지

카페인으로 각성하기 위하여 들이키는 커피가

나의 마음에 좌절을 가져왔다.


'맛있어서 마시는 커피가 아니면, 마시고 싶지 않아.

커피가 좋아서 마시고 싶어.'


토요일 오전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나 자신의 컨디션으로

잠에서 깨고 졸리면 자고.

빨래도 청소도 씻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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