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간 <조직의 생존을 결정하는 MZ 리더십>을 여기계신 분들께 먼저 시리즈로 선공개드립니다
“나는 지금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중이다. 실제로 일을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과 열정을바라는 허슬(hustle) 문화를 그만두는 것이다.”
몇 년 전 미국에 사는 20대 엔지니어가 만든 17초짜리 틱톡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업무 시간 내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은 조직에 대한 희생을 강요해온기존 직장문화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조용한 사직이란, 사표를 내지는 않지만 내 일만 하면서 승진도, 평판도 신경 쓰지 않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조용한 해고’는 미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사회현상입니다. 코로나 이후 불경기로 인해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고자 조용히 직원을 내보내는 방법을 뜻합니다.
사실 조용한 사직이든 해고든 과거 우리에게도 있었던 일입니다. IMF나 미국발 금융위기 때 외에도 ‘만년 과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기업은 생존을 위해 수시로 구조조정을 해왔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초개인화 시대’와 맞물려 조직 내 부정적 문화로 확산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합니다. 혹자는 “월급 받는 만큼 일하겠다는데 문제될 게 있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은 생물이기에 연초 목표가 수시로 바뀌고 개인의 업무 범위도 무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기 힘듭니다.
누군가는 수동적 업무 형태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전염성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성실히 일하는 동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피스 빌런처럼 눈에띄는 게 아니라 느슨히 일을 하게 됩니다.
적반하장 격으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왜들 저렇게까지 일하냐”라는 반응은 조직의 전체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워라밸 시대, 주 52일 근무로 인해 절대적인 근무 시간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생긴 것이지, 기존 업무가 현저하게 줄어든 건 아닙니다. 절대량이 그대로인데 이런 직원들이 많아진다면업무 공백이 생길 것은 뻔합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소극적 마인드는 종국에 다른 사람들도 다 알게 됩니다. 조직 관리 차원에서 퇴사한 직원보다 훨씬머리가 아프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더 큰 내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자세는 일과 삶의 이분법적인 구분, 즉 ‘일’이라는 것에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킵니다. 100세 시대, 자신의 성장을 부정하는 삶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까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가정에서는 과연 충실할 수 있을까요?
이런 문화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조직의 성과 관리 프로세스도 세심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MZ세대가 추구하는 공정성의 가치에도 부합할 수 있게 정비되어야 합니다. 조직 차원에서도 관행이란 이름으로 직원들을 옥죄며 ‘요즘 애들’ 타령만 하면 조용한 퇴사를 넘어 진짜 퇴사 물결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