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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an 20. 2024

두바이 크루아상

두바이 최초 크루아상전문점, 플래키 패스츄리 Flaky pastry


[ Flaky : 색다른. 혹은 얇고 쉽게 벗겨지는 조각 ]


는 한국에서 빵순이였다. 회사 근처 인기 빵집인 오월의 종엔 1주일에 3일은 꼭 갔다.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것만큼은 늘 신이 났다. 두바이라고 다를쏘냐. 어디든 찾아보자.



두바이 맛집을 잘 알고 있는 미모의 금발머리 터키 엄마에게 두바이에서 제일 맛있는 빵집을 물었다.

화려한 그녀의 외모만큼 어디 호텔이나 두바이몰 베이커리를 얘기하려나 싶었는데 그녀의 대답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세계 최고의 빵집은 터키에 있는 크루바상Kruvasan이에요.  가게 이름부터 크루아상이라니까요."

터키의 베이커리카페 '크루바상Kruvasan

터키에 돌아가면 바로 그곳부터 간다는 그녀의 말에 터키의 크루바스라는 비스킷이 크루아상의 시초라는 기원설 중 하나가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구나 싶었다. 크루아상이 프랑스만의 빵은 아니었구나.




두바이도 다르지 않다. 두바이에서 바게트를 팔지 않는 빵집은 있어도, 크루아상을 팔지 않는 빵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트, 카페, 아이들 키즈카페, 심지어 주유소옆 작은 슈퍼마켓 에도 늘 크루아상이 있다.


하지만 맛은 어째 시원찮다.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눅눅하고 습하다. 꼭 두바이 여름날 밖에 꺼내둔 빵조각 같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식빵보다 크루아상에 익숙해져 어딜 가든 본인들의 얼굴만큼 큰 크루아상을 잘도 먹는다. 고맙게도. 

마트, 카페,도넛가게 어디든 크루아상이 있다

큰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있던 한 주. 반 친구와 오해가 생겨, 아이는 하교시간 울면서 한국말로 "나 아니야 엄마"를 외치며 뛰쳐나왔다. 쳐다보고 이것저것 묻는 외국 엄마들 사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 아이 엄마에게  I am sorry를 외치며 아이들을 데리고 차로 들어와 학교에서 한국말을 썼다고 화를 냈다. 아이는 꺼이꺼이 흐느끼며 "벤자민이 오해한 거야. 실수였어. 그런데 벤자민이 소리를 질렀어. 왜 엄마가 미안하다고 그래."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미안할 정도로. 아직 차분히 상황을 설명할 만큼의 영어가 나오지 않아 본인도 억울했을 텐데. 7년 차 엄마인데, 아직도 점수로 치면 빵점, 아니 마이너스 백만점이다. 


이번만큼은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가끔 달콤한 한입이 백 마디 말보다 큰 힘이 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크루아상 맛집을 찾았다. 늘 나를 위한 빵집은 찾았지만 이렇게 아이를 위한 빵집을 찾았던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곳이 바로

플래키 패스츄리 Flaky Pastry 



Flaky pastry스페인 출신의 파티쉐리가 이끄는 두바이 최초의 고메 크루아상테리 Croissanterie, 즉 크루아상만 파는 크루아상 전문점이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케이크, 쿠키, 도넛등 다양한 빵 메뉴들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두바이의 다른 베이커리나 카페에 비하면 메뉴가 조촐하다. 주인장의 배포 느껴진다.


한국에서도 30년 중앙시장 꽈배기집, 에스프레소만 파는 리사르 커피와 같이 주종목에 집중하는 맛집을 좋아했던 터라, 이곳이 더욱 궁금했다. 인사동 옥수수 호떡 가게에 줄 서있는 것 마냥 아이보다 내가 더 신이 났다.


주말 아침의 이곳. 친구의 표현처럼 영화 트루먼쇼 세트장처럼 뭔가 인공적인 도시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굉장히 정돈된 도시의 카페 같았다.

 

그곳에서 전통 복장인 칸도라와 아바야를 입은 에미라티 부부들과 나란히 앉아, 로크마같은 중동의 전통도넛도 아니고 크루아상과 커피라니. 생경하지만 기대가 된다.



모든 것이 크루아상 패스츄리로 만들어져있다

크루아상집에 왔으니 크루아상을 먹어야지. 플레인 크루아상 2개와, 남편을 위한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기본이 탄탄하니, 두 가지 크루아상 모두 맛이 좋다.  나와서 인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그 맛,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정석이다. 버터향은 풍겨지나 느끼하지 않고, 바삭하지만 까끌하지 않고 입속에선 굉장히 부드럽다. 뭐가 다른 거지? 계속 생각하면서 먹었다. 아마 굉장히 얇은 패스츄리 반죽이 수십개의 층으로  쌓여 맛을 풍성하게 만든 듯 했다. 가능하다면 크루아상 종류별로 다 먹어보고 싶었다. 왜 크루아상만 파는지도 알 것 같았다.


프랑스의 고급스러움이나, 오래된 장인의 느낌은 아니더라도 두바이란 도시답게 생동감 있고 세련되었다. 그것이 맛으로까지 이어지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만이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가루까지 싹싹 손가락으로 찍어먹는 두 녀석을 보니, 역시 달콤한 한입은 나보다 이 녀석들이 더 잘 알아본다.


 정도면 아이의 기분도 좀 풀리지 않았을까. 빵순이 엄마는 믿어 본다.



만약 이곳이 다른 두바이 카페들처럼

이것저것 다른 빵도 많이 팔았다면 이렇게 사랑받는 곳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인종과 국적도 다양해서인지, 선택지에 있어서는 다다익선이 미덕인 두바이에서 선택과 집중이라. 이 또한 자신감이고, 용기일 것이다.


두바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어떤 도시가 인공적이지 않겠냐만은 두바이는 정말 모래 위에 모든 것이 계획 하에, 사람을 위해 세워진 '사람의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두바이에선  비단 카페 메뉴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40도 여름에 스키도 탈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정도와 깊이의 차이겠지만 없는 건 없다. 오히려 많다.


선택지가 많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 주종목이 뭔지 알지 못하면 그 선택지들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

한국에서 튀지 않고 대세를 따르며 편안함을 느끼던 나인데, 선택지가 많은 이곳은, 대부분 자신의 취향을 지키며 대세없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두바이가 나에겐 어려웠다.


이제라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선택지의 홍수속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하나를 고르는 자신감을 갖는 것. 엄마로서든, 나 자신으로서든 두바이에서의 시간 동안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꼭 해내고 싶어졌다. 나의 주종목이 무엇인지 한번 찾아보는 일, 이 또한 나에게 달콤한 위안이지 않을까. 


그리고  빵집 투어 역시, 확실한 나의 취향이니, 이 또한 주저하지 말기를.


마이스윗두바이, 플래키 패스츄리.


위치

https://maps.app.goo.gl/Dw6veNUHaPUKfuW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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