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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2. 2023
두바이의 아침식사
두바이 속 팔레스타인식 집밥, 마마이쉬 MAMA’ESH
미식의 천국, 진짜 맞나요?
두바이에서 모든 것이 입에 안 맞았다. 딱히 한식을 꼭 챙겨 먹지도 않았고, 입맛이 특별히 까다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오니 까탈도 이런 까탈이 없다. 온 지 한 달 만에 2kg가 빠졌다.
화려한 레스토랑과 카페는 많았지만, 너무 달거나, 너무 짜거나 혹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만든 음식도 영 내 맛이 아니다. 내 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시리아 감자, 스페인 양파, 이란 수박이라니
두바이는 무에서 유를 만든 곳 아니었던가.
바닷물을 담수화하여 사막임에도 물부족 없이 살지만 천하의 두바이도 고창 수박, 성주 참외, 해남 고구마 같은 제철 농산물까지는 만들어 내지는 못하나 보다.
대신 시리아 감자, 브라질 망고, 인도 무, 스페인 양파, 이란 수박, 포르투갈 대파까지, 전 세계에서 온 식재료들이 즐비하다. 스페인 양파와 시리아산 감자로 끓인 된장찌개라니. 뭔가 토마토스프맛이 날 것 같다.
결혼 10년 차, 전업주부 3년 차로 잘은 못해도, 맛은 꽤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나라의 식재료들로 음식을 하니 이거 원, 자취 한번 안 해본 새내기 주부 저리 가라 하는 솜씨다.
모든 것이 내 손에, 내 입에 맞지 않았다.
두바이란 도시도 그렇다
살고 싶은 도시 1위, 전 세계 파인 레스토랑의
분점들이 있는 곳, 화려한 분수쇼, 세계 최대 높이 빌딩 부르즈 칼리파(Burz Kalifa), 세계 최대 인공섬 팜주메이라(Palm Jumeirah).
하루 여행으로 즐기기엔 참 멋진 것들이지만 이것들이 내 일상이 되기엔 너무 화려하거나, 너무 비싸거나 혹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빛 좋은 개살구'
내가 이 말을 언제 써보나 했는데 처음 만난 두바이가 딱 그랬다. 두바이의 음식들처럼 낯설고,
내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만난 나의 첫 번째 스윗 두바이,
마마이쉬 MAMA'ESH
마마이쉬 MAMA'ESH의 의미는 마마라는 말이 들어가니 엄마손맛 같은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유대어로 [진짜의, 진심의]란 뜻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팔레스타인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주말 아침이면 10시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꽤 인기가 좋다
새벽 도시락도, 등원도 없는 여유로운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이곳으로 향한다.
메뉴를 볼 것도 없이, 파투쉬 샐러드 Fattoush Salad, 마마이쉬 브랙퍼스트 플레이트 MAMA'ESH Breakdast Platter 그리고 터키식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먼저 파투쉬 샐러드로 입맛을 살려보자.
파슬리, 양상추와 석류, 그리고 얇게 튀긴 빵의 조화가 인상적인 파투쉬 샐러드는 한국에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다. 시지 않고 상큼하디 상큼하다. 잠이 확 깨는 맛이다.
파투쉬 샐러드는 중동지역의 김치같은 음식이다이제 본론으로.
브렉퍼스트 플레이트는
아라빅 브레드, 팔레스타인 후무스, 오이, 당근, 토마토, 올리브, 치즈, 계란이 커다란 트레이에 담겨 나온다. 이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한상 차림은 입 속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따끈따끈 갓 구운 아라빅 브레드를 쭉 찢어서, 병아리콩을 묵직하게 갈아 두부같이 담백하고 크림같이 부드러운 후무스를 푹 찍어 한 입. 함께 나온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진한 터키식 에스프레소 한잔.
아, 좋다!
그 어떤 한입보다 든든하고 꽉 찬 맛이 느껴진다.
언제 와도, 어떤 메뉴를 시켜도 담백하고, 싱그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