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장바구니에 내가 없다 아이들이 먹을 것 아이들이 입을 것 아이들이 갖고 놀 것 온통 아이들로만 가득하다
애써 밀어낸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저만치 밀려나 있고 아이들은 이만치 들어차 있다
참 이상하다 그래도 별 허전치가 않다
엄마, 나는 엄마가 우주의 우주만큼 좋아요 동그란 눈동자 검게 빛내며 네가 건넨 수줍은 고백 그래서였구나
내가 저만치 밀려난 게 아니라 온전히 네게로 밀려간 거였구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 것에 대한 관심은 온통 아이 것에 대한 관심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내 화장품은 떨어져도 아이들 로션은 떨어지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단감은 사지 않아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는 매일 사 날랐다.
아주 가끔, 육아 우울이 불쑥 치밀어 올 때면 내가 없는 장바구니가 괜히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는 괜찮다 여겼다. 아이들 입에 딸기가 쏙쏙 들어갈 때, 씻고 나온 아이의 보드레한 살결에 은은한 바디로션을 발라줄 때면 그저 행복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물건을 쏟아낸 후 비어있는 장바구니를 봐도 허전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런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안아주고 입 맞춰주었다. 잠시만 떨어졌다가 다시 만나도 보고 싶었다며 울먹이며 와락 안겨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사라진 게, 비어진 게 아니었다. 나는 아이에게로 옮겨가 더 빛나게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