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불을 덮어주고, 너는 이불을 걷어차고.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겨울밤



시린 계절의 바람이

창과 창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데

오늘도 너는

네 작은 이불을 먼발치로 뻥-

차 버린 채 잠이 들었다

새근거리는 너의 숨소리

메트로놈 낮은 BPM에 맞춰

안방 가득, 고르게 퍼질 때

나는 가만히 몸을 일으켜

저 아래로 밀려난 네 이불을

소리 없이 끌어당겨

동그란 네 배 위로 슬-쩍 덮어주었다

그토록 조용한 손놀림을

너는 어찌 알고 이내 몸을 뒤척이더니

금세 이불을 뻥-

걷어내고야 다시 깊은 잠이 들었다


나는 밤새 너를 덮고

너는 밤새 나를 걷는

도돌이표 가득한

너와 나의, 시리고도 따스한 겨울밤





우리 집 두 아이는 모두 이불을 절대 덮지 않는다. 심지어 첫째는 애착 물건이 제 이불임에도 불구하고, 잠들기 직전까지는 이불을 끌어안고 있으나 잠이 들 때는 저 먼발치로 뻥 차 버리고야 만다. 그나마 따뜻한 계절엔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깊은 잠을 청하는데, 요즘처럼 밤바람이 찬 계절에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잠결에 뒤척이다가도 두 아이 몸이, 손이, 발이 차진 않은지 확인을 하게 되고 어떻게든 이불을 덮어서 재우려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면 뭐하나, 이내 다시 뻥- 차서 저 멀리 걷어내고야 잠이 드는 걸.


그나저나, 그런 와중에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은 채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는 우리 남편! 부럽다. 정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