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읽는다.
송곳
- 주영헌
빈 몸에 취기로 둥지를 튼 새벽
몸 안이 절절 끓고 있다
거미처럼 천정으로 기어올라간 그림자가 투명한 집을 짓는
새벽이 터져 환한 아침
순서를 앞지른 아이가 내 옆에서 거꾸로 자고 있다
추위를 쫓고 덮어준 이불 사이로 손가락이 뾰족하다
검게 때가 낀 손톱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겪어 나가는 모든 일은 다 깰 때가 있다
어느 지점을 봉합한 아이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일
잠시 시들었던 아이의 몸에선
시든 꽃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 같은 말들이 의사의 입에서 옮겨지고 있다
아침까지만 해도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놀다 온 두 손
억세게 철봉을 잡았던 손가락도 기진한 듯
아비의 손가락 마디 하나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병실이 놀이터라도 되는 듯
손톱 사이엔 놀이의 흔적이 얼룩져 있다
수액이 줄어드는 시간
그만큼 비워진 아이의 시간이 몸속에 차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