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다. 그래도 감사한 날이다.

by 진아

아이가 아프다.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독감부터 코로나까지 갖은 바이러스와 싸워왔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아파했던 적은 없었다. 의사는 아이가 보이는 증상으로 짐작건대 ‘아데노 바이러스’같다고 했다. 어차피 독감을 제외한 다른 바이러스들은 따로 약이 없는지라, 항생제를 비롯한 각종 약을 타왔다. 항생제와 해열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음에도(심지어 해열제는 두 시간 간격으로 복용하고 있는데도!) 아이는 3일째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열이 떨어졌다 싶어서 재보면 38.6도였고, 조금 뜨겁다 싶어서 재보면 39도를 훌쩍 넘었다. 어젯밤에는 40도를 웃돌기도 했다. 정말 무서운 숫자였다.


열이 심하게 나니, 아이가 자꾸 쳐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젯밤 40도를 여러 번 찍고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오늘 아침 아동병원을 알아보았다. 아이는 입원만은 하기 싫다며 떼를 썼다. 링거를 맞는 일도, 입원 전 코로나 검사를 위해 코를 찌르는 일도 아이에게는 공포로 학습된 일이었다. 울고부는 아이를 억지로라도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정작 아동병원에 빈 병실이 없었다. 아픈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었다. 늘 가는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 전화 상담을 했더니, 요즘 독한 열감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고, 최장 7-8일까지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3-5일은 일반적인 기간이라고… 그러니 첫째에게는 (일반적으로만 봐도) 아직 이틀이 남은 셈이었다. 이틀 동안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더 보고 있어야 한다니…


입원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어차피 병실이 없어서 입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입원을 못한다면, 집에서 최대한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는 그렇겠다고 찰떡같이 약속했다. 아이는 약속을 정말 정말 잘 지켜주었다. 입이 까칠하고 머리도 아파 밥맛이 일절 없었을 것인데, 주는 족족 끝까지 먹어냈다. 몸이 뜨겁다 싶으면 스스로 세수를 하기도 하고, 몸을 닦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스로 열을 재고 39도가 넘지 않으면 자랑하듯 이야기하기도 했다. 챙겨주는 약을 쓴소리 없이 잘 먹어주었고, 손을 잡고 함께 낮잠도 잤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했더니 보온병에 계속 물을 받아가며 잘 마셔주었다. 열이 떨어질 때까지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놀이는 할 수 없고 가만히 앉아서 놀아야 한다고 했더니, 퍼즐, 장기, 바둑(오목)을 하자고 해서 함께 했다. 참 많이 컸다 싶고, 대견하다 싶은 하루를 보냈다.


아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는 여전히 활개를 치는 중이다. 잠든 직후 저녁 먹은 것을 조금 토하고, 여전히 펄펄 끓는 몸으로 새근거리는 아이 곁에서 지금도 보초를 서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 녀석이길래, 이렇게 삼일 내내 아이를 괴롭히는지. 실체가 있다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진심은 쥐어박는 것 이상으로 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날들이다.

아픈 아이를 내가 돌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손 쓸 수 없는 큰 병이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 병이라서 감사하다.

아주 오랜만에 첫째 아이와 둘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아프다고 보채거나 짜증 부리지 않고 스스로 병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아이의 존재 자체가 감사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감사 일기를 쓰다 보면, 이 상황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얻게 될 줄 알았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내일도 아이는 열이 날 것이고 여전히 회복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 순간순간을 지켜봐야 하는 내 마음도 온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틀간 잠도 거의 못 자고 병간호를 했더니 내 몸도 온전하지 않다. 그래도 감사한 날일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아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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