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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02. 2024

[에세이]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꼭 필요한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7월입니다. 한겨울 추위에서 시작한 날씨는 따스한 봄햇살을 지나 한여름 직전인 장마에 도착했습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 여러분은 올 초 계획한 일들을 잘해 나가고 계신가요? 아마 달력에서 7월 1일을 확인한 순간 ‘와! 벌써 일 년이 절반이나 지나가버렸네!’ 놀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한 해 계획은 벌써 아스라이 잊히고 하루하루 현실을 살아내는 것도 버거운 날들을 보내고 계시지는 않나요?


진부한 비유지만 컵에 물이 절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절반이나 차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다르다고 하지요. 이미 지나가버린 절반의 시간은 묻어두고 다시 올 절반의 시간은 좀 다르게 보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오늘 추천해 드리는 책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를 비롯하여 여러분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른 책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입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할머니 화가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백 세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다고 하니 그 이력이 어마어마하지요.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모지스 할머니가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한 나이가 76세였다는 겁니다. 76세에 평생을 해온 바느질이 힘들어지자 그 길로 바늘 대신 붓을 잡고 일상의 장면들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이전까지 한 번도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라는 할머니의 말로 짐작해 볼 때 할머니에게 그림 그리기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새로운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목만 놓고 보면 엄청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 같지만 자기 계발서처럼 ‘노력하라, 도전하라, 포기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책은 결코 아닙니다. 모지스 할머니가 살아온 순간순간의 기록을 담담히 써 내려간 일기장에 가까워요. 더불어 할머니의 그림도 꽤 많이 실려 있어요. 가족들과의 일상, 고향집의 풍경, 한겨울 썰매 타기, 남편과의 첫 만남, 아이를 낳고 키우던 날의 이야기 등.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입니다. 이토록 사적이고 사사로운 기록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할머니가 보여준 진솔하고 성실한 삶의 모습 덕분이 아닐까 해요.      


76세부터 그림을 그려 5년 만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림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은 아니었어요. 생을 긍정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할머니의 특별한 재능이었지요. 할머니의 생이 늘 평안하고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가족들과 헤어져 식모살이를 하러 가기도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우유를 휘젓는 고된 노동을 반복하기도 했으며, 형제자매와 자식을 잃기도 했어요. 누가 봐도 불행이라 할 만한 일들을 겪는 순간에도 그녀는 불평하거나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이라며 불행을 차분히 받아들였어요. 그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고 감사할 줄 알았고요.     


소위 ‘꼰대’라는 표현이 너무도 쉽게 쓰이는 세상입니다. 특히나 노인의 말과 행동은 ‘꼰대’, ‘라떼’라는 말로 비하되어 아무리 가치 있는 말이라도 쉽게 전해지지 않아요. 그런 와중에 ‘할머니의 일기장이라니? 할머니의 그림이라니?’ 싶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에는 단 한 부분도 불편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모지스 할머니는 말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나이의 그늘에 숨어 받기만을 바라지 않고, 평생을 걸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나아가고 행동합니다. 말이 아닌 삶으로 읽혔기 때문에 불편할 틈이 없었던 거예요. 오히려 읽는 내내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이렇게 끝까지 도전하고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해의 딱 중간인 7월, 밀린 한 해 계획을 정비하고 다시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올해를 마무리할 시기가 왔을 때 ‘그래도 올 한 해, 무언가 하나는 해냈다’ 스스로를 도닥일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요!) 모지스 할머니가 삶을 통해 보여주신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다’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 보시는 여름날이 되시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모지스 할머니의 말씀을 남겨드려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중략)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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