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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09. 2024

[특별판] 다양한 책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독서모임에 참여해 보세요!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습한 날씨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물기를 머금은 듯 축 처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더위에 허덕이더라도 쨍한 햇살이 그리운 날들입니다.


이 연재 브런치북은 제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는 브런치북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특별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재가 10화를 훌쩍 넘긴 지금, 한 번쯤은 다루고 싶었던 책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저는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독자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한정적이라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보려고 애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손에 닿는 책들은 제한적입니다. 저도 다른 독자와 마찬가지로 책을 접하는 주된 계기가 온라인 서점의 광고, 오프라인 서점의 진열 매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인플루언서들의 책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한 권의 책 속에서 다른 책이 파생되어 가는 경우도 많고, 베스트셀러 한 권을 읽었다가 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섭렵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책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찾아 헤맨다 해도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저는 그 세계의 극히 일부도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책을 접해보고자 시작한 것이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첫 독서모임은 2019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10개월쯤 지났을 때였어요. 첫 독서모임에서 만난 책들은 낯설고 새로운 책들은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하나 혼자 읽기는 힘든 책들이었습니다.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첫 모임을 통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던 기억은 선명합니다. 그때 모임을 했던 분들과 일 년 가까이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주로 ‘도덕경’이나 ‘월든’ 같은 고전, 인문서 등을 읽었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꽤 많은 분량의 세계 문학이나 테드 창의 ‘숨’,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 등 과학 도서들도 읽었습니다.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경제 관련 도서들도 그 모임을 통해 처음 읽었습니다. 모임을 통해 제 독서의 지평이 꽤 넓어졌음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도 몇 개의 독서 모임에 참여했고, 가장 많이 참여할 때는 한 달에 세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독서모임 지정도서를 읽기에도 벅찬 날들이었지만 그렇게 읽게 되는, 읽어가는 책들이 참 의미 있었어요. 책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시작했던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는 즐거움을 얻게 된 것은 덤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혼자 읽는 책과 함께 읽는 책은 결과적으로 매우 달랐습니다. 혼자 읽으면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문장을 무시로 발견했고, 제 경험치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책의 맥락을 다시 짚게 되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은 게 맞나 싶을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함께 읽은 책은 새로운 의미로 기억과 마음에 남았어요.


최근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좀 특별합니다. <슬픔의 방문>의 저자이자, 시사IN의 기자인 장일호 기자님이 호스트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 모임은 경기도에 있는 ’ 리브레리아 Q‘라는 동네책방에서 주관하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이 독서모임의 주제는 ’민주주의 북클럽‘입니다. 평소 제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사회와 과학 분야라, 관련 독서모임에는 무조건적인 관심이 생기는데요. 이번에는 심지어 호스트가 현직 기자님이라니, 참여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지금까지 2번의 모임이 있었고, 그동안 저는 네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모임 이후 기자님이 소개해주신 더 많은 책들을 샀지만 아직 다 읽지 못했네요. 이런 욕심…)



이 네 권의 책 중 제가 알고 있던 책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뿐이었습니다. 이 책도 읽어보지는 못한 상태였어요. ‘양림동 소녀’와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는 5.18을, ‘냉전의 여자들’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전쟁을 말하는 책들이었습니다. (특히 냉전의 마녀들은 한국전쟁을 다룬 책이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통해 두 달 동안 네 권의 책을 읽으며 그간 제가 얼마나 이 사회에 무지한 사람이었던가, 역사에 무감한 사람이었던가,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무심한 사람이었던가, 수시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깊이 부끄러웠어요.


지금도 서가 앞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몰라 오래 서성이기만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독서모임에 참여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내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많은 독서모임들이 있습니다. 독서모임은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으실 수 있어요. (저는 첫 모임을 네이버 ’ 우리 동네‘라는 탭의 취미 모임 소개에서 알게 되었답니다.) 만약 집 근처에 동네책방이 있다면 꼭 들러보세요. 많은 동네책방에서 좋은 책들을 큐레이션해 관련 독서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이지만, 여전히 독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합니다. 저 역시도 제가 모르는 세계, 제가 느끼지 못한 감수성을 찾아 지금도 여러 독서모임을 기웃거립니다. 올해의 절반이 남은 지금, 각자의 독서 지평을 넓혀줄 좋은 독서모임을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책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되시리라 감히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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