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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남녀 Jun 17. 2024

가족이 하나 더 늘 수도 있겠다

馬主授業: 경주마 델피니



우리 집은 식구가 셋이다, 사람 둘에 개 하나. 엄마 아빠에 자식 둘로 이루어진 "단란한 4인 가정"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 같지만, 꼭 사람만 가족으로 쳐주란 법 없다고 하면 어쩌면 우리도 곧 네 식구가 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상당히 훈훈하고 마음 불편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 새로운 식구가 누군가 하니, "경주마"다. 읽던 사람 눈살이 확 찡그려질 수도 있겠다.


특별히 좋아 미치겠는 것도, 싫어 죽겠는 것도 없이 그저 묵묵히 살아오던 남편이 어느 날 경주마에 빠졌다. 경주마가 그렇게나 멋지단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뛴단다. 이해는 한다. 동물은 모름지기 토실토실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조차도 늘씬한 경주마들의 자태를 보고 있으면 참 기가 막힌다. 그런데 단순한 팬을 넘어 직접 말을 들이겠다고 하니 머리가 지끈거려도 보통 지끈거리는 게 아니다. 마주가 되네 마네, 경주마를 들이네 마네, 나중 일은 어쩔 거네, 같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 주제로 대화에 대화를 거듭하며 시간이 흘렀다.


어제 통보를 받았다. 개인마주 심사에 통과되었다고 한다. 남편이 묻는다, 어떤 마주의 배우자가 되고 싶냐고.


고민스럽다. 일단 나는 경마를 즐기지 않고 쉬이 좋아할 수 없게 생겨먹은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마를 욕하고, 싫어하고, 심지어 그런 "나쁜"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까지 하는데, 그 모든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자리로 굳이 기어 들어가게 된다면 뭘 어째야 하는 걸까.


우리 모두는 어떤 집단을 싸잡아 욕하는 것을 참 잘하고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안다, 그중에 분명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나와 내 남편이 바로 그런 예외가 되길 바란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한다. "마주들 말야, 말을 무슨 자기 장난감 취급하고 못 뛰게 되면 버려버리고 죽여버리고. 아니, 멀쩡한 애 다리도 부러뜨린다며?" 맞다, 어떤 마주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모든 경주마 마주가 다 잔인한 냉혈한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알게 된다면 꽤 의미 있을 것 같다.


어떤 마주는 순수하게 경주마를 사랑하고, 그 모습을 보며 삶의 기쁨을 얻기에 직접 자신의 말로 들이기까지 해서 아끼고 키워줄 수도 있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존중한다. 그 정도 존중과 신의를 얻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두 사람의 조합이 희한해서 아마 마주를 하면서 바람 잘 날 없을 거다. 당세마(1살 미만의 망아지)는 데려올 예정이 없다. 1세마도 좀 자신이 없고 2세마였으면 좋겠다. 그 말은 지금쯤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 이미 어딘가에 태어나서 뛰놀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 바람을 슝슝 가르고 있든지, 켄터키에서 블루그래스를 얌냠 먹고 있든지 말이다.


건강하고 명랑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델피니와 나. 내가 자기를 긁어주면 자기도 나를 긁어주겠다고 어깨에 입술을 부비곤 했다.





201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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