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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남녀 Jun 19. 2024

이런 관계는 처음이라서

馬主授業: 경주마 델피니


피니는 엄연히 할 일이 정해져 있는 말이다.

뛰어야 한다, 전속력으로.

이길 목적으로.


그런 델피니를 나는 자꾸 내 새끼 내 새끼, 반려동물처럼만 생각한다. 그저 사랑해주기만 하면 되는 존재.


피니는 경주마고, 경주마로서 잘 살아가게끔 돌보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의외로 쉽지 않다. 이 말의 정해진 "할 일"이 우리 둘 사이에 거리감을 넓히고, 델피니에게로 다가가려는 내 발걸음을 멈칫하게 하는 선을 드리운다.


이런 관계는 처음이라 좀 낯설다. 종종 찾아오는 서운함과 애매한 씁쓸함, 묘한 반발심은 덤이다.


내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는 내 새끼

내새끼면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런데, 그래서 또 많이 배운다.




제주 육성목장에서 훈련을 받을 때





2020.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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