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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남녀 Jun 21. 2024

길을 떠나는 경주마

馬主授業: 경주마 델피니



우리 예쁜 꼬맹이 경주마가 제주에서 과천으로 온 지 이제 두 달인데 곧 다시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 이번엔 전라북도 장수다.


훈련이 무리였다고는 생각 안 한다. 아마 아무도 그렇게는 판단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뭘 얼마나 했다고?"라는 반응이 나올만한 유한 환경에서, 유한 강도로 운동을 했던 게 맞다. 근데도 훈련이 버거웠던 것 같다. 델피니의 컨디션이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피니에겐 지금 과천이 힘들다. 그래서 결정했다, 장수 육성목장에서의 휴양이다.


피니를 멀리 보내는 게 좋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네비를 찍고 또 찍어 봐도 왕복 500킬로 거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시간엔 어떨까 저 요일엔 어떨까 아니, 운전만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 거리감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피니는 가야 한다. 가서 쉬고, 놀고, 건강해져야 한다. 돌아오는 건 그 다음 일이다.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좀 평온해졌다. 모두가 같은 마음,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피니가 건강히 달려주길 바라는 것뿐이고, 그를 위해 최선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 한다. 단지 정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쉬고 힘껏 달릴 준비가 되었을 때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그전에 온다면, 와서 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피니가 너무 힘들어진다.


좋다. 내가 운전 한 번 해 보지 뭐.

피니야 먼저 가 있어. 엄마가 보러 갈게.

다 괜찮을 거야. 우린 헤어지는 게 아니야.






단 한 번의 훈련도 대충 한 적 없었던 꼬맹이 경주마. 끝나자마자 다리를 절뚝이며 돌아올지언정 매순간 열심히 달렸고 또 달리고자 했다는 걸 우린 다 알고 있어.




2020.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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