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을 다 해 놓고 오후에 델피니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남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피니가 한시반에 말차를 탄대!"
"뭐? 지금 열한 시 반인데?"
부랴부랴 채비를 해서 과천으로 달려갔다. 대형 마필수송차량에 몸을 싣고 전라북도 장수까지 여행을 떠나는 우리 꼬맹이 경주마를 배웅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서운 혹은 실망했으리라. 근거가 있건 없건, 단순한 바람이건 합리적 예측이건 많은 사람들이 금방 잘 뛸 거라 생각했던 근사한 암말.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동갑내기 신마들 중 가장 먼저 과천에 들어왔다. 그런데 입사 두 달만에 돌연 휴양, 그것도 장수 육성목장으로 간다는건 무슨 뜻일까.
"망했구나"?
"별 볼 일 없는 말이었네"?
솔직히나도 모른다.언제까지 있어야할지, 있다보면 좋아지긴 할지, 아무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그렇게 말은 떠났다.그래도 주변에 피니의 휴양을 슬퍼하는 분이 계시고, 피니 소식에 울적해하는 분이 계시고, 피니 어디 아프냐고 염려하는 분, 곧 다시 보자고 다독여주는 분, 잘 될거라고 응원해 주는 분이 계신다.
너무 많은 경주마가 그 존재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경마장에 들어왔다가사라진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내 바람은 그래도 이정도면 벌써 조금은 이루어진 건지도 모른다.
제주육성목장에서 1라운드, 과천에서 2라운드였다면 장수가 피니에게는 3라운드다.다시 주로로 복귀할 수 있도록, 그래서 누구 말처럼 "팔팔하게"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피니의 여름이 소중한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지난 두 달 간 무던히도 고생을 해주신 관리사님께서 델피니를 차에 실어주셨다. 모든 명마 곁에는 어김 없이 존경 받아 마땅한 관리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