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편인가요?
습관은 곧잘 몸에 배인다. 그래서일까. 나는 매일 아침 같은 일상을 반복하려 노력한다. 눈을 뜨면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어본다. 아늑하고 익숙한 공기는 아쉽지만 내보내고 새로운 날의 바람을 맞이한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을 들고 창가에 솔솔 털어본다. 비몽사몽이던 정신에 이불이 잘 털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폐 속 깊이 차오르는 서늘한 공기와 팡팡 이불을 두드리는 소리만으로도 절로 시원한 기분이 든다. 잘 털은 이불은 집 안에서 양지바른 곳을 찾아 널어둔다.
다음 차례는 바로 먼지를 박멸하기이다. 묵직하고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무선청소기에 손을 스스륵 장착한다. 그럴때면 마치 탄창이 장전된 총에 방아쇠를 당기는 기분이 든다. 오늘의 제거 대상은 주로 어제로부터 배달된다. 어제 티비를 보며 씹던 과자 부스러기, 쓸어 넘기다 탈각한 머리카락, 스티로폼 택배박스 테잎을 뜯어내다 떨어진 하얀 볼들 말이다. 하루 만에 낡아버린 어제의 내가 흘렸던 치부들을 말끔히 빨아들인다.
오크 색상 목재의자 위에는 어느새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다. 의자위에 쌓인 먼지는 누군가의 부재를 드러나게 한다. 떠나간 건 관심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람일 때도 있다. 물 묻은 걸레로 광이 나도록 닦아본다. 나만의 영역을 다듬는 일은 때로 나의 생애가 되기도 한다.
어제의 내가 만들고 오늘의 손으로 부지런히 걷어내어지는 흔적들을 보니 돌뿌리에 발이 걸려 미끄러진 시지프스가 떠올랐다. 그는 묵직한 회색 돌더미를 등에 업고 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야 한다. 무거운 돌을 지고 영원히 산 정상을 올라야하는 시지프스의 슬픈 신화는 오늘날 회색 빛 먼지들과 사투를 벌이는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먼지는 대게 무색 무취이다. 청소를 마치자 청소기에 먼지가 수북히 쌓였다. 그럴 때 먼지는 또 다른 색으로 보인다. 진한 회색빛이다. 회색은 어떤색일까. 세상을 밝히는 빛을 닮은 흰색과 모든 색을 삼켜버릴 강력한 검정색 사이에서 회색은 엉성히 자리 잡았다. 뛰어나게 성공하지도 그렇다고 처절하게 실패하지도 못한 나, 아이도 어른도 아닌 비성숙한 나의 정체성과도 닮아 연민이 느껴진다. ‘난 참 먼지처럼 살았구나. 날마다 부지런히 증식하며 내 존재를 드러내왔던 거야. 이것도 뭐 나쁘지 않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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