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작업실로 복귀하는 길, 계단을 오르며 익숙했던 주변 풍경들에 눈길을 주다가 고개 들어 계단 맨 끝을 바라보니 스티로폼 박스로 꾸민 작은 화분에 부쩍 자란 싱그런 녹색잎들이 연신 바람에 하늘거리며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나의 부재 따위는, 두 평 남짓한 내 작업실 앞마당에 수없이 들락거렸을 고양이들과, 비둘기들과, 곤충들과 급기야 내 허락도 없이 불쑥 터를 잡아버린 이름 모를 풀잎들의 존재와 더불어 오묘해지는 이곳 앞마당의 순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온 우주를 통틀어도 하잘 것 없는 일이다.
살아있는 것들의 수고스러움과 아름다움은 굳이 현미경을 들여다대지 않더라도 제 스스로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것은 뻔한 일일 것이고, 나는 이곳의 순리는 까맣게 잊은 채, 장소만 다를 뿐 똑같은 뜨거운 태양 아래 나의 수고스러운 삶을 살다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