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에 소개가 꼬리를 물고
그렇게 첫 학생을 받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쳐 왔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됐어요. 전날 밤은 수업을 준비하느라고 한숨도 자지를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작은 방 하나를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책상을 들여놓을 정도의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사각형 상을 방 중앙에 펼쳐 놓았어요. 오후 3시부터 수업이 시작하는데 2시부터 긴장감에 가만히 앉아 있을수가 없었어요. 그 때 벨이 울렸습니다.
부녀회 회장님이 보내기로 한 아이는 6학년짜리 여자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문 앞에는 두 명의 여자 아이가 서 있었던거죠.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요.
"엄마가 친구 데리고 가보라고 했어요. 얘도 같이 다닐 거예요."
1년이 지났을까요. 저는 부녀회장님께 물어봤습니다. 그 때 왜 덜컥 아이를 보내겠다고 하셨는지를.
" 이유가 뭐 있나요. 그냥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싶어서 그랬죠. " 그 한마디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작은 방에 모인 아이들은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부녀회장님과 다른 분들의 도움이 컸어요. 소개에 소개가 꼬리를 물었고 더 이상은 작은 방에서 수업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떨어져 나갈까봐 화도 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가르쳐야 할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자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성질을 내기 시작한거죠.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고요. 먹고 살만해지니까 내가 잘나서 그런줄 알게 되는거였죠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아직도 저는 공부방 쌤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방에 모인 아이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덕분에 저도 더 큰 집에서 살기도 했고요. 어이없는 일들을 겪으며 다시 비좁은 방으로 공부방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모든 일들을 저와 함께 하기도 했고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도 있어요.
다 큰 어른이 되어서 가끔 연락을 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저를 좋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요즘 들어 정말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건가 라는 물음표가 생깁니다. 그래서 더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몇 달째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차별 대우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 배가 불러야 남을 살펴볼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학원 수업료는 곧잘 내면서 나를 만만하게 보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잠시 쉬겠습니다. 다시 선생님으로서의 자격이 생겼다는 자신감이 들 때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