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인 구조가 주는 과정의 아름다움
지역이나 기업에서 공모하는 사업들은 모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신청하고 그것을 심사해서 지원금을 줄지 말지 선정한다. 이것이 출판사에서는 '기획안'과 비슷한데 어떤 원고가 좋으면 기획안을 작성해서 책을 만들까요 말까요 기획회의를 하는 것이다. 기획의도와 콘셉트, 시장에 나와있는 유사한 도서가 있는지 차별점은 무엇인지 분야와 타깃을 적고 목차를 작성해서 채우면 기획안이 완료된다.
지원사업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다. 사업기간과 기획의도(목적), 사업 세부내용(목차), 작품을 통한 성과와 홍보계획이 얼마나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어필해야 한다. 이걸 통과한다면 출판사에서 응, 해볼 만해! 투자해 보자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순서다. 글 쓰는 사람이 출간지원사업을 딴다는 것은 그래서 조금 특별하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관점이 자기 확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글이나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계속 컨셉이나 큰 틀이 중구난방으로 바뀌어 결국 이걸 왜 만들고 있나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월 말에 나는 기획안(사업계획서)이 통과되었고 예산이 확정되었으므로 3월에는 그에 맞는 예산을 짜서 [최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 2주 동안 원고를 수습하고(퇴고라기보단 수습에 가깝다ㅠ) 지원금 받을 통장도 만들어 관련 서류를 제출해 통장에 지원금이 꽂혔다. 와우! 초기 계획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책의 형태를 멋있게 만들려는 욕심은 조금 내려놓았다.
이제 편집기획안을 짜야한다. 기획안은 설득하는 텍스트다. 독자도 설득해야지만 제작자이자 저자도 (나 자신까지) 설득을 당해야 한다. 그래서 기획 - 즉 계획이자 약속을 하는 것이다. 내게 책을 맡긴 저자에게는 이런 그림을 상상하시라고 내가 이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통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편집기획안은 원고를 포함해 책에 대한 주요 정보가 담긴다. 편집디자인 들어가기 전에 작성되어 디자이너에게 전달되면 좋다.
1. 제목(가제)과 출간예정일
2. 컨셉
3. 구성 및 진행 요소, 주요 메시지 ---초기 기획안에 있던 내용
4. 도서 내용(목차)
5. 예상독자와 분야
6. 저자의 특이사항 혹은 요청사항
여기까지가 기획안과 거의 동일하다. 7번 도서기초사항은 이제 책에 대한 세부정보에 대한 계획이다.
7. 도서기초사항
여기에 계약서에 썼던 인세나 계약금, 발행부수 같은 것을 적는다.
판형과 제본형식, 페이지수가 대략적으로 기획돼있어야 하며 예상가격도 정해놓으면 인쇄의뢰 시 단가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8. 마케팅 참고사항 - 이 부분에 책소개 및 보도자료를 쓸 기본적인 뼈대가 쓰인다.
9. 편집 래퍼런스 - 참고하면 좋을 책을 적어주면 디자인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1인 출판을 하게 되면 나만 보는 이런 기획서를 굳이 제작해야 될까 싶지만 그럴수록 나는 쓰기를 권한다. 1인출판은 혼자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이나 투지에 따라 계획을 쉽게 바꿔버리곤 한다. 글로 써놓고 정리해 놓으면 초심, 기세를 되새김하며 처음 콘셉트 아이디어를 폐기하지 않고 살을 보탤 수 있다. 잘 짜인 구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과정의 아름다움은 그 견고함에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래서 나는 썼냐고? 이제 써야 한다. ㅎㅎ 기획서는 지원사업계획서 쓰면서 냈고 그걸 바탕으로 편집기획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물론 중간에 조금씩 바뀌겠지만. 4월에는 편집과 제책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므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기둥을 잘 세우기로. 목표는 4월 내 샘플책인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