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센스편 - 2.논쟁의 흐름
설득센스편 목차
1. 전제읽기
-> 이번글: 2. 논쟁의 흐름
회의실에서 한 사람이 말한다.
“이 그래프를 봐주십시오.
X축은 도시별 쓰레기통 수,
Y축은 범죄율입니다.
보시다시피,
쓰레기통이 많을수록 범죄율이 높습니다.
쓰레기통을 범죄 수단으로
이용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 중입니다.”
이건 어떤가요?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 건수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많을수록
익사 사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혹시 특정 아이스크림이 수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볼 예정입니다.”
“이 설명들, 설득력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쯤 줄 수 있을까요?”
1점은 전혀 설득되지 않음,
10점은 완벽하게 납득됨이라고 할 때,
당신은 몇 점을 줄 건가요?
“그 일은 왜 벌어진 걸까?”
“정말 저게 원인이 맞는 걸까?”
현장에서, 회의에서, 보고서 앞에서
우리는 매일 ‘원인’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정말 맞는지,
아니면 단지 비슷한 시점에
일어난 일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 장은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한 훈련입니다.
‘인과관계’라는 단어는 누구나 알지만,
인과의 강도, 설득력의 정밀도,
그리고 겉보기만 그럴듯한 말의 허점을 꿰뚫는 힘,
그것이 바로 ‘인과추론력’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로 앞의 어떤 일을
원인으로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인간이 세상을
‘이해 가능한 구조’로 해석하려는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A 다음에 B가 일어났네? → A가 원인이겠지.”
하지만 시간 순서만으로 인과를 단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이런 착각을 심리학에서는
"포스트 혹 오류 (Post hoc fallacy)",
즉 “이후에 일어났으니, 그게 원인이다” 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오류입니다.
상관관계란 두 현상이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서로 영향을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엔 아이스크림 판매량도 늘고, 익사 사고도 많아집니다.
인구가 많은 도시는 쓰레기통 수도 많고, 범죄율도 높습니다.
→ 이 둘은 함께 움직이지만,
그 원인은 ‘여름’이나 ‘인구 밀집’이라는 제3 요인일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가 정말 타당한지를 확인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반드시 던져야 합니다:
1. 시간 순서: 원인이 결과보다 먼저 일어났는가?
2. 제3변수 제거:다른 요인이 제거된 상황에서도 관계가 유지되는가?
3. 논리적 연결고리:원인과 결과 사이에 설명 가능한 구조가 존재하는가?
이 세 가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건 인과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과추론력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순간은
바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즉, **눈앞의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 ‘진짜 고리’**를 찾는 순간입니다.
한 하드웨어 제품의 고객 사용 조건 시험 도중,
특정 고온 환경에서 제품이 예기치 않게
리셋되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가설은 여러 개였습니다.
“칩셋이 불량인가?”
“칩셋이 위치한 보드 설계의 문제인가?”
“납땜 상태가 불량한 건 아닐까?”
우리는 각 가설에 대해 단 하나의 변수만 바꾸는 방식으로 검증을 설계했습니다.
동일 batch의 칩셋에서 동일 증상이 반복되는가?
문제가 난 칩셋을 정상 보드에 옮겼을 때도 증상이 반복되는가? (AB Swap)
반대로 정상 칩셋을 문제 보드에 넣었을 땐 어떤가?
칩셋이 원인이라면, 어느 보드에 가도 문제가 재현돼야 합니다.
해당 위치가 다른 부품에 비해 과열되는 구조인가?
동일 설계 제품 여러 개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봤을 때,
같은 위치에서만 과열이 반복되는가?
이 경우, 문제는 칩셋이 아니라 보드 구조상 발열 취약 지점일 수 있습니다.
X-ray로 솔더링 상태를 확인했을 때 void, crack, cold solder 등이 있는가?
유사 증상이 있는 제품들의 생산 시간대나 라인이 일치하는가?
제조 공정의 일관된 패턴이 있다면, 납땜 불량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증 결과, 칩셋의 위치에 따른 발열 취약 구조가 문제였습니다.
칩셋 자체나 납땜이 아닌, 설계 단계의 열 분산 구조 미비가
특정 조건에서만 리셋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험이나 직관이 아닌,
인과추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설계하고 검증한 논리의 결과입니다.
제시문
우리 회사 A지역 영업팀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는 지난 4월 도입한 ‘신입사원 친절 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직원들의 태도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이에 본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전국 지점으로 확대하려 한다.
질문
이 주장의 인과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지적은?
A. 2분기 중 A지역에서 경쟁 업체의 점포가 폐업했다.
B. 만족도 조사 응답률은 전체 고객의 5%에 불과하다.
C. 전국 지점의 인력 구성은 A지역과 다르다.
D. 친절 향상은 베테랑 멘토링의 영향일 수도 있다.
E. A지역은 원래 매출 변동이 크지 않은 지역이다.
정답: A
→ 경쟁 업체의 퇴장은 친절 교육 외에 매출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제3 변수로, 인과추론의 설득력을 직접 흔든다.
제시문
본사는 회의 시간을 주당 5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였고,
동시에 납기 준수율은 82%에서 91%로 상승했다.
이에 전략기획팀은 “회의를 줄이니 업무 집중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보고했고,
다른 부서에도 같은 전략을 권고 중이다.
질문
이 주장의 인과추론을 가장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근거는?
A. 납기 준수율 향상은 프로젝트 자동화 시스템 도입 이후 발생한 현상이다.
B. 보고서 작성 부담이 줄면서 회의 시간이 함께 줄었다.
C. 직원들은 여전히 시간 낭비를 호소하고 있다.
D. 회의 대신 메신저 보고를 사용하고 있다.
E. 일부 팀에서는 회의 시간 단축이 혼선을 초래했다.
정답: A
→ 자동화 시스템이라는 더 강력한 대안 원인이 존재할 경우,
기존의 회의 축소 → 성과 향상이라는 인과 고리를 직접 약화시킨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논리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사람이
진짜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럴듯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왜 옳은지를
끝까지 따라가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주장을 들을 때마다,
이 세 가지 질문을 조용히 떠올려보세요:
“시간 순서가 맞는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그 사이에 진짜 고리가 존재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당신을 ‘감으로 말하는 사람’에서
‘논리로 설득하는 사람’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당신의 말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흔들리던 마음을 붙잡게 될겁니다.
이제, 당신의 말에는 힘이 생길 겁니다.
그 말이
누군가에게 방향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