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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해도 미국회사 회의에서 인정받은 이유

영어편: 1.일하는 영어는 다르다

by 마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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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글: 1. 일하는 영어는 다르다


영어, 못해도 괜찮습니다 —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다니는 한국의 마케팅 회사.
회의실 문이 열리고, 팀장이 말합니다.


“여러분, 인사하세요. 오늘부터 함께할 A씨입니다.”


“아녕하세요. A입뉘다.
같이 잘 일하면… 좋겠읍뉘다.”


A씨는 어눌한 한국어로 조심스레 인사합니다.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한국에는 교환학생으로 잠깐 있었던 친구라고 합니다.
업계 경력은 3년, 이번에 우리 팀으로 오게 되었죠.

말이 조금 서툴긴 해도,
업무 파악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회식처럼 가벼운 자리에선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말을 알아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하니까요.

회의 때는 괜찮은데,
옆자리에 앉게 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다른 자리 앉아서 조금 더 편하게 놀 수 있었을 텐데…”


그날 회의.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를 공유하던 중,
당신 차례가 옵니다.


“이번 마케팅은 지난 분기와 결을 같이 합니다.
젊은 층을 겨냥해 위트 있게 구성할 예정이고,
모델 B를 출연시키려 합니다…”


질문을 받습니다.
그리고 A씨가 손을 듭니다.


“질문 있어요. 우리 제품, 젊은 고객님 줄어요.
지난달 20대 보다, 40대 늘었어요.
광고… 20대·40대 같이 타겟 생각해요? 좋다고?”


당신은 순간 멈칫합니다.
그래요. 20대 사용자가 줄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40대가 늘고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경쟁사가 20대를 겨냥한 광고로 대히트를 친 이후,
‘그들이 빠져나갔다’고만 생각했죠.


혹시… 우리 제품의 주요 타깃이
이제는 40대로 옮겨가고 있는 걸까요?


회의가 끝난 뒤,
데이터를 다시 보기로 합니다.
내일 팀장에게 보고도 해야겠죠.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근데, A씨 말투가 좀 이상하지 않았나?”
“조사(은/는/이/가)가 틀렸는데?”
“발음이 어색했는데?”


아마 아니었을 겁니다.

그 순간, 당신은 문법이 아니라 내용에 집중했을 겁니다.


“어? 중요한 포인트인데?”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우리는 그를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으로 본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진 동료로 기억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영어를 씁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씁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제 영어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법이 틀려도, 발음이 어색해도,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에 집중합니다.

Southern California를
“사우던 캘리포니아”라고 발음했던 제게

(실제로 작년까지 7년동안)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냥, 제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영어를 쓰면
늘 평가받는 느낌이 듭니다.


유학 시절, 어학연수, 회화시험…
우리는 영어를 쓸 때마다
‘틀릴까봐’ 주눅이 들도록 훈련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직장은 다릅니다.
여긴 교실이 아니라, 일을 해결하는 공간입니다.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중국여행을 갔습니다.
엄마가 급히 화장실을 찾으셨고,
저는 선착장에서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토일렛?”


문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말한 제가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했고, 간단했고,
무엇보다도, 전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상황을 이해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상대가 알아듣게 말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합니다.

제가 회의에서 더듬더듬 말해도
상대는 문법을 듣지 않습니다.
“이 사람 말의 핵심은 뭘까?”에만 집중합니다.

많은 회의, 많은 모닝콜과 나잇콜.
그 속에서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란 2세들이

업무 커뮤니케이션으로

허둥지둥 말하는것도 꽤 보았고,

한국토종분이 출장오셔서

더듬더듬 단어의 나열로

자신감있게 할말 다하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것 같습니다.


조금 서툴러도,
논리와 진심, 자료가 준비된 사람은
오히려 더 신뢰를 얻습니다.


회사에서 일머리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영어로도 커뮤니케이션을 잘합니다.

반대로 아무리 유창해도,
맥락 없이, 구조 없이 말하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아무도 내 영어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영어는 시험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잘하는 것’보다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우리는 20~30년을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자랐습니다.
‘영어를 못한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너무 오래
‘영어를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온듯합니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말의 모양이 아니라, 내용에 집중하는 사람.
문법보다 맥락을 전하는 사람.
유창함보다 진심과 준비로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영어라는 벽 앞에서 움츠러들기보다,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신뢰받는 동료로 인정받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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