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Resilience
우리는 흔히 ‘능력 있는 사람’이
‘끝까지 가는 사람’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둘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지적 능력이 높고,
학벌이 뛰어나며,
분석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조금만 상황이 꼬이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그다지 말 잘하지 않고,
분석력이 날카롭지 않아도
묵묵히 버티며 결국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Resilience — 회복탄력성 입니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저처럼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분들을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평균 이상의 학력과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영어를 어려워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내가 영어를 한국어처럼만 할 수 있으면 진작 승진했을 텐데…”
하지만 문제는 지능이 아닙니다.
그들은 시도 중의 실수를 견디지 못합니다.
영어는 암기가 아니라 시행착오의 언어입니다.
잘못된 문장을 내뱉고,
틀린 발음을 들으며,
수백 번 부끄러워지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늘어납니다.
그러나 평생 ‘틀리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은
그 과정을 견디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일수록
‘미숙함의 순간’을 견디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때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듯,
진짜 배움은 ‘창피함을 감내할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Resilience란 결국, 부끄러움을 통과하는 능력 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면접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이 질문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Resilience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학력은 지식을 증명하지만,
시련은 감정의 내구도를 증명합니다.
조직은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도, 당신은 여전히 유용한 사람입니까?”
미슐랭 셰프의 주방에서는 신입이 들어오면
바로 요리를 시키지 않습니다.
처음 1~2년은 오로지 설거지, 식자재 손질, 청소만 시킵니다.
처음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인내는 가르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주방, 끝없는 반복, 부당한 지시.
그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작은 완성도를 만들어가는 사람만이
언젠가 칼을 잡을 자격을 얻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감정의 테스트 입니다.
“이 사람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에서 한 채용담당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무조건 플러스점수다.”
처음엔 단순히 국가봉사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군대는 ‘하기 싫은 일’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친다.”
명령이 불합리할 수도 있고,
환경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속에서 기능해야만 하는 경험.
그 과정이 바로 ‘감정의 복원력’을 훈련시키는 장치입니다.
리더가 팀을 이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처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리더들은 “감정이 안정된 사람”을 원합니다.
그 안정의 다른 이름이 바로 Resilience 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공동체든, 심지어 소규모 모임까지도
입구에는 ‘힘든 과정’이 있습니다.
스포츠팀의 합숙훈련, 컨설팅 펌의 혹독한 첫해,
심지어 예술학교의 끝없는 오디션까지 —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집니다.
“보상 없이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인가?”
재능은 종이 위에서 증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련만이 진심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탁월한 조직일수록 ‘의도된 불편함’을 설계합니다.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같이 불을 건넌 사람’으로 연결됩니다.
보상이 아닌데, 왜 어떤 사람은 끝까지 갑니까?
그 근원에는 다섯 가지 감정적 동기가 있는듯 합니다.
Resilience는 결국 이 다섯 감정의 합성체입니다.
보상은 ‘시작’을 만들지만,
의미와 자부심은 ‘지속’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힘은 ‘보상’이 아니라
‘의미·책임·정체성·성장·감사’에서 비롯됩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약점이
‘능력’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Resilience는 지능보다 오래가고,
학벌보다 신뢰를 낳습니다.
결국 리더가 신뢰하는 사람은
“힘든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게 바로,
끝까지 버티는 힘 — Resilience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