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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Ah Jul 21. 2022

서울은 다시 불안의 시간

Dyspnea#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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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다시 불안의 시간. 그동안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어쨌든 서울은 안전한 공간으로 내게 느껴졌었는데 이토록 불안한 감정으로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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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으로 출근해야 한다. 여행의 노곤함을 풀지도 못한 채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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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손님들을 감시하기도 하지만, 나를 감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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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일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담배 피우는 시간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회사가 담배 피우는 시간을 보장해 주겠냐마는. 그래도 한 번 피러 갔을 때만큼은 온전하게 피고 내려갈 수 있지 않냐. 편의점은 방금 한 모금 빨았어도 손님이 오면 들어와야 한다. 정말 눈치를 보다가 들어올 사람이 근처에 없는 걸 확인하고 담뱃불을 붙여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바로 들어온다. 미쳐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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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해소제는 3천 원대부터 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고, 유흥가답게 소비도 많이 된다.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왜 숙취 해소제를 사서 먹을 만큼 술을 먹는 것인지 이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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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일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가지만 나는 누가 물어보면 쉬고 있다고 답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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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응대를 잘하는 것인지 혹은 기억이 좋지 않은 것인지 혹은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진상 손님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흔히들 면접을 볼 때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인, 어떤 진상을 만났고, 어떻게 대처했나요?라는 질문에 크게 답할 게 없다. 진상을 만나야만 스펙이 되는 아이러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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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편의점 관찰일지가 아니라 근무 일지랄까. 나는 지금 주말 야간, 하루 7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15시간을 채우지 않게 만드는 꼼수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하루 7시간 근무하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 아. 이틀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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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우유 빵을 먹어보기로 했다. 도대체 이게 얼마나 맛있길래 오는 사람마다 다 저거 강추 이러는 걸까? 우선은 멜론을 먹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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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소리지? 한 이십 분 전부터 계속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귀에서 계속 들리는데? 근데 문제가 어디서 울리는 건지를 찾지를 못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이런 종소리가 들릴 곳이 없는데? 여기서 들리는 건가? 하고 가보면 소리가 또 멀어지고 아니네? 하고 자리로 돌아오면 그쪽에서 나는 것 같고. 재밌는 건 모노 타입처럼 오른쪽에서 심하게 들리는데 또 언덕을 넘어가는 것처럼 왼쪽에서 들리기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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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다 교대 근무자가 오면 물어봐야겠다.. 이 소리가 나만 들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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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혹시 말로만 듣던 이명인가..? 싶어 찾아보니 종소리가 대표적 이명의 증상이라네..? 그리고 한쪽 귀에서 보통 시작해서 양쪽으로 전이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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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신기한 게.. 뭐라고 하지? 내 뇌 속에서? 혹은 귀 언저리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밖에서 들리는데 소리가. 한 1m 떨어진 내 위쪽.. 근데 또 그쪽인가 싶어 다가가면 그 소리가 멀어진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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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이야. 검표기가 제대로 안 꽂혀서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그거 경고 알림이었구나. 비루한 몸 덩어리라고 하더라도 이상이 있는 건 또 무서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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