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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Ah Jul 29. 2022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Dyspnea#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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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서점 계정에 세 번째 게시물을 올렸지만 여전히 놀랍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 정도로 무반응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게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장밋빛 환상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차갑기만 한 현실. 그래서 더 용기가 난다. 시작하기 전에는 설레고 떨렸던 좋은 의미로 마음이 잠잠해졌다. 아무도 신경 안 쓰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눈치 안 보고 하면 되잖아?라는 조금은 눈치 없어 보이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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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면접에서 떨어진 게 이력이 아니라 외모 때문이라면 그땐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이력은 뭐 포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외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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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면접을 보러 가는 길. 애초에 직원이 아니라 한 달 단기 아르바이트기 때문에 부담 자체가 있지도 않지만.. 그런 점에서 뽑히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충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애초에 서점을 하고 싶은 사람이 서점에서 보는 초단기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떨어지면 이게 무슨 망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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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질문을 할까? 감이 잘 안 잡히기는 하네. 우선 예상 질문을 좀 뽑아보자면.. 제일 좋아하는 작가? 최근 읽었던 책 중 좋은 책? 지금 읽고 있는 책? 이런 걸 물어볼까? 좋아하는 작가 하면 신영복 선생님이나 이어령 선생님을 이야기할 거고, 최근 읽었던 책 중에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을 이야기할 거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일단 이 정도는 준비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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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 3분 만에 끝났네. 1시간 10분 걸려 와서 40분 기다리고 3분 면접 보고 간다니. 일단 쓸 이야기는 많지만.. 오늘 연락을 받고 그 이야기를 쓸지 말지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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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겨우 자라 이런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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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가을이 깊네요. 밖을 보니 은행나무 몇 그루가 바람에 후드득 머리채를 털고 있어요. 세상은 앞으로 더 추워지겠죠?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저는 제가 뭔가 창의적이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살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지금 이게 나예요. 누군가 저한테 그래서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비행운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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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타임 면접결과

[Web발신]

안녕하세요. -입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좀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금일 파트타임 면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자라는 책의 숲

-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이 자라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화가 나는 건, 면접에서는 그래- 떨어질 수 있지. 마음에 안 들거나 내가 별로이면 떨어지는 거니까. -근데 내게 할애된 시간이 3분인 건 좀 너무하지 않아? 그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20분 가까이 시간을 썼으면서- 그리고 그렇게 면접을 끝내 놓고 고작 내게 하는 말이- 저희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또 있어서요. 아 예예. 차라리 균형 있게 맞춰주었다면. 나랑 그렇게 할 말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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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카페가 바로 앞에 있는데- 도 물 한 잔도 주지 않고 15시 면접이었는데 15시 30분 가까이에 면접을 시작하고 마냥 40분을 기다리게 해 놓을 때부터 여기는 물 한 잔도 안 주나..? 싶어서 불안했는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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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했던 남의집이 좀 늦게 끝나 이제야 집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잊고 있었던 오늘 파트타임에서 떨어진 기억이 난다. 아르바이트도 이젠 못하는구나? 어쩌다 나, 이렇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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