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yspne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Ah Aug 02. 2022

모든 사람은 빛을 잃어가기 마련이야

Dyspnea#195



2248

나는 점점 내가 더 추상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0105

오늘 무슨 날인가. 장사가 엄청 잘 되네. 큰 손들도 많고. 



0301

문득 편의점이 있기에 내 삶에 불연속성이 생겼고, 이를 통해 한 주의 마감이라는 게 느껴지는 것 같다. 마치 잡지나 신문에서 마감을 치는 것처럼. 나름의 좋은 의미의 이야기인데, 그나마 이 단절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만약 내가 어떤 근무를 하지 않고 있었다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한 주든 한 달이든 매번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며 세월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이런 단절을 통해 불연속을 경험하는 것은 삶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것 같아. 



0326 

나는 내 삶의 갈림길들에서 대체 어떤 선택들을 해왔길래 이렇게까지 흘러온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소위 말해서 나름 서비스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굵직한 공연장들에서의 짬밥이 있고, 스튜디오도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는데- 그런 시간을 겪어온 그들에게 너는 자라 겨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겠지-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몸서리치지 않을까. 



0352

윤석열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청와대로 들어가기를 거부했을 때, 나는 그 말이 조금 많이 슬프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도처에 있는 반지하 혹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고작 그 공간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공간을 가진 사람들은 의식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 말이 실제라고 할지라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는, 민생을 살펴야 할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편의점에 있으면서 이 말을 곰곰이 곱씹는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 창의성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필요 없는 것은 흘러왔던 자연법칙상 도태되고, 결국은 사라지고 만다. 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의식을 지배당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0403

A great big world의 when i was a boy라는 곡이 흘러나온다. When I was a boy I had a dream All about the things I'd like to be. 



0728

모든 사람은 빛을 잃어가기 마련이야. 다만 그것을 얼마나 붙잡고 있느냐의 차이인 거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세상에 다시 편입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