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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Ah Aug 19. 2022

나는 매일 유서를 작성하는 것일지도 몰라

Dyspnea#210



1505

바라보는 한강이 너무 이뻐서 



1719 

남의집 거실여행자 6기로서의 활동이 8월로 마무리되고, 7기 연임 신청을 한 결과가 오늘 나왔다. 연임 신청자는 33명, 연임자는 8명. 나는 7기로의 연이 닿지 않았다. 연임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아마 최장? 의 거실여행자가 아닐까 생각했으니 우린 정으로라도 가는 거 아니었어?- 이런 생각이 살짝 들기는 했지만, 지금의 이 시기에 나에게는 -이런 것까지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비참해지기 딱 좋았다. 사실 6기를 신청할 때도 고민이 많았으니 -3기 때 되지 않았던 것처럼 한 기수를 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8기를 뽑을 때 신청할지는 또 고민하고, 된다는 보장도 없겠지만- 그동안 남의집이라는 플랫폼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으니- 외려 안되어 홀가분한 마음도 있다. 그동안 내 블로그로 홍보도 잘되지 않았을 텐데, 남의집에서 이 정도까지 끌고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남의집을 참여하러 나왔고, 3일 뒤에 6기로서 마지막으로 남의집도 잘 참여해서 마무리를 잘 맺어야지. 



1815

아니 근데 나이 서른둘에 아홉수가 늦게 찾아왔나? 왜 이렇게 탈락만 하는겨. 



1828

지하철 임산부석에 적혀있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 카펫’ 나는 태어난 이후로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으려나? 



1836

아이고. 퇴근 시간의 만원 지하철에 딱 걸려버렸네. 맞아. 이런 게 직장인의 삶이었지. 



1852

문득, 나는 매일 유서를 작성하는 것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 내가 올리는 브런치의 카테고리 이름은 Dyspnea다. 호흡곤란이라는 뜻인데, 나는 매일을 호흡곤란 상태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내가 작성하는 이 글들은, 언제든 유서로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겠지. 만약 내가 오늘 죽는다면, 어제의 글이 유서가 될 거고, 이 글을 오늘 포스팅하고 내일 죽는다면, 이 글이 내 유서가 되겠지. 



1907 

나는 너의 말을 기억해. 초록불로 바뀌어 모든 사람이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문득 멈춰 서서, 그 흐름들에서 가만히 서 있는 너의 모습을 나는 기억해. 역류하는 것도, 그렇다고 순응하는 것도 아닌 너만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나는 기억해. 네가 내게 그 이야기를 건넨 후 나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너를 생각하게 되었어. 김영하의 산문집 포스트잇에서는 이성에게 자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면서 하나는 변태를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한다. 너는 내게 횡단보도라는 세상 도처에 있는 음악을 내게 선물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 횡단보도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면, 나는 너를 잊을 수 있을까? 



2349

흘려보낼 수 없는 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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