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pnea#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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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적응된 것 같기도 하고요.” “ 그게 너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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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래도 여기는 최적의 효율을 찾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인간의 여유를 허락하는 틈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나마 안도하게 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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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 밥 먹고 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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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콩트가 잘 되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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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 진짜 마의 시간이다. 발바닥 부르르 텅텅 칵 퉤. 이 시간만 잘 버티면 애플스 하이가 올챈대. 다음 쉬는 시간이면 그래 이제 마지막 타임이니까 잘 버텨보자 하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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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건 아니지만 호박에 줄을 그으면 브랜딩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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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은 개뿔. 가짜 사나이였다면 진작에 종 치고 퇴교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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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10분이 이렇게 달콤할 수가 있나. 진짜 그나마 이렇게 쉬어서 그다음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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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웃음을 안 잃을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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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래도 이번 주의 마지막이라고 10분을 일찍 끝내줬다. 여기서 일하는 친구가 끝나고 치킨에 술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마음 같아선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중간 후기를 간략하게나마 남겨보자면.. 아.. 빨리 뭐라도 일을 구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여기서 4년째 명절 때마다 도우러 온다는 친구는, 다음 설 전까지 무조건 일을 구하시라고 팁 아닌 팁을 줬다. 돈을 번다는 행위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끼게 된 좋은 계기였던 것도 같고 -지금도 정말 몸이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보면, 특히 내 친구가 일하는 걸 보면, 나도 참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 중 하나는, 이 와중에 이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과 닮았다고 느낀 점이다. -물론, 이곳은 추석 특수 10일을 모두 나온다고 해서 산티아고 대성당을 볼 수 있다거나, 수료증이라던가, 하루하루 알베르게에서처럼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주지는 않지만- 내가 유토피아라고 부르는 순례길은 -그날그날의 걱정만 하면 된다. 내가 오늘 하루 계획한 곳까지 부디 몸 성히 걸을 수 있기를- 그 외의 어떤 사유도 중요치 않아지는 곳-인데 그런 느낌을 바로 이곳에서 받았다. 내가 이곳에서의 하루를 몸 성히 보내기를. 그리고 다른 여타의 잡생각들이 사라지고, 오롯이 나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명상과도 닮아있는 점들이 있는 것 같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것은 이방인의 시선이기 때문에 이렇게 느낀다는 것을. 순례길은 걸으러 오는 이방인들에게만 순례의 시선을 허락한다. 그러니, 나는 정착하지 않고 이곳을 떠나야 한다.
2013
이 친구랑은 정말 오랜만에 술을 먹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는데 -이 친구도 숭실대라는 인지도 있는 학교를 나와서 야채 포장이라는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해 친구들이 꽤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실제로 친구가 일하는 모습에선 걱정할 만한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의 삶을 재밌게 살고 있었다. 술을 먹으며 너는 왜 이 일을 선택한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재밌잖아. 재미없었어?"라고 답했다. 누군가는 이런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구나- 싶으면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주도적으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 여기는 크게 터치도 없고. 그래서 좋아."라며 답을 이었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면 다른 일에서도 가능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는 이미 행복해 보였기에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