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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Apr 27.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여행의 끝

커피 따라 세계일주


 일한 시간을 합치면 2년 남짓, 이 시간을 끝으로 아마도 내 인생에서 바리스타로서 일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여정을 끝마쳤다. 카페에서 정식으로 일을 하기 전부터 커피 자체에 관심을 가졌던 기간은 약 8년 정도이다. 풋풋했던 대학생 새내기 시절부터 20대 후반이 되어버린 지금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커피는 항상 내 삶의 일부였다. 물론 지금도 하루를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사귄 친구들은 하나둘씩 동아리를 찾아갔다. 그러나, 딱히 관심 가는 것도 없었고 사교성이 좋지도 않았던 나는 동아리는커녕 모임 하나 없었다. 어느 날, 대학생활을 이렇게 심심하게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뭐든지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커피였다. 캠퍼스 안에서 취미로 커피를 배워볼 수 있는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커피는 정말 매력적인 재료였다. 분명히 똑같은 도구와 재료를 사용해서 커피를 만드는데, 모든 잔이 다른 향과 맛을 피워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만든 커피는 좋은 향과 맛으로 마시는 사람을 매료시켰지만, 어떤 사람이 만든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맛있었던 내 커피가 내일이 되면 맛이 없어지는 신기한 현상이 있기도 했다. 그때부터였다. 이렇게 다양한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던 커피에 푹 빠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 매력을 알려주고 싶었다. 




커피 전문가


친한 친구들에게도 내가 느끼는 커피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 저것 커피에 대해서 알아낸 것들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친구들 사이에서는 소위 커피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전문가라는 말에 한껏 높아진 콧대를 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유명하다고 하는 카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한 껏 전문가 포스(?)를 뽐내며 에스프레소를 마셔댔다. 서울은 물론이고 첫 유럽여행을 가면서도 유명하다고 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건 맛있네', '이건 맛없네'하며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꼴값 떨었구나 하며 웃음이 나오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진지하게 찾아다녔다. 그런 식으로 몇 년을 전문가 행세를 하며 나만의 카페 투어를 다녔다. 


풋풋했던 시절에 커피를 무턱대고 좋아하기만 했던 것과 다르게, 제대로 한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군대를 전역할 때쯤 내가 커피를 처음 배웠던 카페에서 1년 정도 제대로 커피를 공부하면서 일해보기로 결심했다. 커피를 진지하게 배우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해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가 취미로 사랑했던 것이 일이 되었을 때, 그 마음을 몇 퍼센트나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평생 이 일을 하면서도 살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흔한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막상 닥친 현실은 쉽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였다. 


내가 일을 그만두리라고 생각했던 원인에 사람은 없었다. 오직 커피 하나만을 바라보고 시작했고, 그것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매일매일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에게는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나 거대하고 넘을 수 없는 큰 산이 되어 다가왔다. 일을 하기 전부터 알던 사람들이었고, 좋아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터에서 마주쳤을 때 그 관계는 소용이 없었다. 


결국 내가 지쳐 그만두게 되었다. 누군가는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또는 '그건 네가 감당했어야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아마 맞는 이야기일 테다. 그래도 내가 느낀 것들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동료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처음부터 쉽게 넘겨낼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스트레스를 무난하게 넘기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어쩌면, 스쳐 지나가지도 못했을 사람들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두면서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푹 빠 져지 냈던 커피 전문가의 여행은 끝을 맺었다.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현장에서 일까지 했던 그 기간 동안 커피에 푹 빠져 지냈기에 후회는 없다. 후회가 없을뿐더러,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만큼 즐거웠던 에피소드도 여럿 만들었다. 그리고 그중에 몇 가지를 여러분과 나눠보고 싶다. 


바로 사람, 그리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커피 전문가로서, 바리스타로서 여행을 하면서 평범했다면, 어쩌면, 스쳐 지나가지도 못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리스타였기 때문에 교류할 수 있었던 사람들과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에 대한 것이다. 여행 에세이처럼 외국 여행지의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가끔은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고, 가끔은 커피를 공부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테지만 최대한 편안하게 다가갈 테니 그저 즐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자,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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