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알려주는 삶과 인간 (2)
반지의 제왕으로 본 삶
프로도의 동료들
반지의 제왕 역 중 인간이었던 아라곤은 엄청난 피지컬과 두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지를 파괴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조상이 반지 파괴하러 갔다가 반지에 대한 탐욕이 극대화되어 반지 파괴에 실패했다. 그 후로 2천 년 동안 사우론이 다시 자신의 군대를 증식하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에 조상이 물려준 업보에 대한 죄책감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아라곤은 반지를 직접 파괴하지 않으려 했고, 반지 파괴에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또한 필자의 생각이지만 자신의 조상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기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라곤은 프로도가 반지를 화산으로 도착할 때까지 사우론의 눈을 자신 쪽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프로도가 해낼 것이라는 믿음과, 프로도가 가진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로도와 샘이 파괴하도록 전적으로 지원하고, 도와줌으로써 승리를 이끌게 한 핵심적인 인물이다.
간달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간달프와 사우론은 마이아라는 종족이다. 마이아는 톨킨 세계관에 나오는 신적 존재인데, 자세한 내용은 톨킨 시리즈를 참고해야 하지만, 예로 들자면 마이아 종족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알려진 '천사'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우론은 타락한 천사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간달프 또한 사우론처럼 타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이 준 사명과 함께 중간세계를 지킨 인물이다. 또한 프로도가 반지를 파괴하는 것을 돕기 위해 핵심적인 일을 하는 인물이다. 간달프는 호빗이 반지를 파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아라곤처럼 메인 같은 지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프로도의 동료인 샘 또한 반지에 현혹될 뻔하였지만 반지가 가진 사악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프로도를 이끌고 반지를 파괴하게끔 도와주는 엄청난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다. 중간에 골룸이라는 타락한 존재의 이간질로 인해 둘의 관계성이 끊어질뻔하였으나, 거미의 먹이가 될뻔한 프로도를 발견하고 오크들이 우글대는 적진으로 들어가 프로도를 구한다.
우리는 좋은 동료입니까?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잠시 잊어버리고, 그 상황의 주인공이 되어 몰입한다. 주인공 입장에서 보이는 답답한 캐릭터들, 탐욕스러운 캐릭터들, 악한 캐릭터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때로는 영화의 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에 몇몇 캐릭터를 배치하고 그 캐릭터성이 가진 특징이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반성을 유도하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입장에선 생각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는 이미 영화 속 정의롭고 착한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같이 동행한 동료들(샘, 간달프, 아라곤.. 등등)은 현재 사회에서 보기 힘들다. 반지 파괴라는 임무는 어쩌면 선택받은 자라는 뜻이다. 임무가 막중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주목하는 임무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자리이다. 부담스러운 자리라는 뜻은 명예로운 자리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현실사회에서 의사, 변호사, 검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자라나는 새싹들은 사실 명예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지, 부당한 일로 인해 고소당한 사람들, 가난하지만 치료비가 없어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함이 아니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가 검사, 의사 되면 좋다고 어렸을 때부터 말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들었기 때문에, 잘 먹고 잘살려면 대학 들어가서, 공부해서 의사, 검사, 사짜직업이면 뭐든 괜찮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뼈와 살을 깎아서라도 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는 주인공 병에 걸렸다. 다들 개개인이 다 직업적으로 명예로운 사람이 돼야 한다는 자의식 과잉병에 걸린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샘과, 아라곤, 간달프와 같이 순수하게 이뤄야 할 임무에 본질을 잊지 않고 동료가 임무를 성공하게 하기 위해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다.
반지의 원정대는 아라곤, 샘, 간달프뿐만 아니라 더 많다. 하지만 그 모든 역할들은 현실 세계에 극히 드물다. 필자의 눈에는 오히려 신적인 존재, 아주 순수한 존재로 보인다. 이 사회에서는 자기의 이익만 추구해야 바보가 되지 않는 세상일뿐더러, 동료가 잘되면 내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참으로 병든 사회이다.
3편 계속
- 매너티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