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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물고기 Mar 12. 2019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래도 나무가 좋겠어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좋을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속 암자의 한 그루 나무여도 좋겠다. 불경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기도를 들으며 함께 빌어도 주고 사계절 변하는 산과 바다를 바라다보며 고즈넉이 쉴 수 있다면.



아니면 망망대해에서 유영하는 큰 고래여도 좋겠다. 치열한 약육강식 세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유유히 떠다니며 플랑크톤만으로 평화롭게 생명을 유지하는 큰 고래.



그도 아니면 나비도 좋겠다. 철쭉, 장미, 코스모스.. 꽃을 옮겨 다니며 계절을 즐기다 전생에 못 가본 곳도 가보고,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날아가 볼 수도 있을 테니.



만약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내 엄마의 엄마이고 싶다. 내게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사랑을 주셨지만 정작 본인은 부모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불쌍한 내 엄마에게 다음 생에서는 내가 부모가 되어 꼭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 엄마에게 배운 그 사랑을 다음번에는 내가 두 배로, 세 배로 꼭 갚을 수 있도록 말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처럼 전생의 기억을 잊는 차를 준다면 난 마시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을 계속 기억해야지. 그들이 나를 몰라볼지언정 그저 행복하게 잘 지내는지 볼 수 있다면, 환생을 해서 모습이 변했다 해도 나만은 그들을 꼭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고는 유명한 곳의 나무가 되면 내 소중한 사람들도 한 번씩은 다녀가지 않을까? 향일암의 동백나무나, 낙산사의 소나무처럼. 그러면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 곁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나를 어루만지며 한참을 바라봐 줄지도 모르겠다.


혹시 아는가? 지금 내 방 창가에 정면으로 보이는 큰 밤나무가 전생에 내 사랑했던 정인이 환생한 것일지. 내가 어쩌다 창밖을 내다보고 밤나무를 향해 말을 걸 때면 속으로 아주 행복해하며 미소짓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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