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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마음은, 늘 그 자리에 머문다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그저 그 자리에만 있어주길 바랐다.
남겨진 마음은, 여전히 거기서 기다린다.


어느 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서로의 곁에 머무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까. 무언가를 해달라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만 있어주면 됐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시간들. 하지만 그것마저도 욕심이었을까. 변화는 언제나 조용히 다가와 모든 걸 바꿔놓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눈빛은 식고, 목소리는 멀어지고, 손길은 사라진다.


"사람은 원래 변하는 거야."


익숙하다고 믿었던 말이, 이번엔 더 아프게 와닿는다. 정말 모든 게 변해야만 하는 걸까. 그 안에서도 끝까지 남는 마음 하나쯤은 있을 수 없었을까.


왜 내게는, 그 변하지 않는 마음이 되지 못했을까. 왜 변화는 언제나 나를 혼자 남기는 쪽으로만 흘러가는 걸까.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는데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 나의 것이 아닌데 바라는 마음”을 말하곤 했다.

결국, 나는 내것이 아닌 마음에 기대고, 바라고 있던 걸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이별 앞에서

그저 바라기만 한 게

그토록 바보 같은 일이었을까


함께였던 시간은 파도 같았다. 스쳐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조금만 더 곁에 머물러 줄 순 없었나. 잡지 않을게. 다만 묻고 싶었다.


왜 함께 행복해질 수 없었는지.


떠나는 사람은 늘 그 이유가 있다지만,

남겨지는 사람에겐 끝나지 않는 질문만이 메아리처럼 남는다.


이별보다 아픈 건

끝내 남겨지는 쪽이 되어

그 자리에 홀로 서는 일이라는 걸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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