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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않는 마음에게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사랑은 둘이 함께 걷는 거라고들 하지만, 어쩐지 나는 늘 혼자 걸었던 것 같다.


걷는 길이 너무 기울어져 있어 한 사람이 전부 짊어지는 경우. 그것을 우리는 헌신이라 부르기도 하고, 노력이라 칭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말은 한 가지 진실을 감추고 있다.


그것은 소진이다.


자기 마음을 자꾸만 써내어 상대를 채우려는 과정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은 텅 비어간다는 진실 말이다.


애써도 닿지 않는 마음,

변하지 않는 태도,

계속해서 멀어지는 거리.


그 속에서 나는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이 와닿지 않더라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간극이 채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관계의 간극은 단순한 거리가 아니었다. 이는 온도의 차이였고,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나를 잃어갔다.


너무 사랑하기에 무너지는 감정을 아는가. 그 무너짐은 비참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움이었다고 믿고 싶다.


다만 그 아름다움이 늘 존중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의 이름으로 감내한 고통은 종종 가볍게 여겨지고, 애쓴 사람의 마음은 당연하게 소비된다.


가치란 무엇인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무엇인가.

그 사람이 부족해서 자격이 없는게 아니다. 내가 내 마음을 지킬 만큼 나를 아끼지 못했기에 생겨나는 역설일 뿐이다.


내가 나를 소모할 수록, 그 사랑은 더 이상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사랑은 내 안에만 있으면 무너지고, 함께 있어야 비로소 자랄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이제 사랑을 다시 배우고 싶다. 누군가를 붙들기 위해 내 마음을 쏟아붓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온전히 지키면서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헌신이 꼭 소모가 아니어도 되는 관계,

간극이 멀어지기 전에 서로의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관계,

무너짐을 탓하지 않고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을.


나는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은 이제 내 안의 빈자리를 누군가로 채우려는 마음이 아니다.

내가 나를 충분히 채운 후에야 줄 수 있는 온기로부터 시작되는 마음이다.


가득 찼을 때, 흘러넘치는 마음으로 건네는 사랑이어야겠다고.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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