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라는 따뜻한 말
서울로 나가는 광역 버스 안,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났다.
다행히 사고가 난 것은 아니었다. 맨 앞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다리를 꼬느라 소화기 위에 발을 올려 두었는데, 발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소화기가 떨어지며 나는 소리였다.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하느라 예민한 버스 기사 아저씨들을 많이 봐왔기에 짜증 섞인 아저씨의 말이나 눈살 찌푸릴만한 상황이 곧 펼쳐질 것을 예감하곤 콩알만한 가슴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버스 안의 정적과 어쩐지 느껴지는 듯한 긴장감은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나만은 아닌 것 같았다.
빨간색 신호등이 켜졌다. 아저씨는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진 소화기를 줍고선 제자리에 놓고 고정시키며 말했다.
"괜찮아요. 자주들 그러세요."
아저씨의 말에 버스 안의 팽팽했던 긴장이 살짝 풀렸다. 어디선가 안도의 한숨도 들리는 것 같았다.
"이 고리가 약해서 그래요. 걱정 말아요."
'걱정 말라'는 아저씨의 말. 버스 안에 있던 우리들은 오늘 아주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