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보이는 순간
"언니는 오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선배 커플 둘을 우리 집에 초대했었다. 남편과 대학 CC였던 나에게는 선배였고 남편에게는 대학 동기였는데, 그중 한 언니에게 내가 물었다. 소개팅으로 만난 선배의 어떤 점이 좋았냐고.
무표정한 표정, 세상 모든 것에 흥미가 없는 듯한 시큰둥한 태도, 나른한 걸음걸이의 그 선배가 왜 좋았는지 궁금했다. 대학 때부터 오래 봐와서 그런지 나로서는 도통 그 선배의 어떤 점이 매력인지 알 수 없기도 했고 말이다.
"... 무표정이던 표정이 갑자기 환한 미소가 번지는 거야. 그때 반했지."
"꺄악~~~~"
"오오~~~~~~"
부러움과 낯간지러움으로 환호성인지 야유인지 모를 소리가 집안을 가득 매웠다.
발그레한 언니와 선배의 얼굴을 따라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리곤 11년 전 마주했던 남편의 통통한 볼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모두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흘려 넘기게 되는 남자의 미소를, 짱구같이 도톰하고 통통한 볼을 말이다.